한화가 레전드 데이에도 웃지 못했다. 레전드들과의 추억을 반추하거나 감상에 젖을 여유도 없이 1패를 추가하며 5연패 늪에 빠졌다. 지금 분위기라면 구단 역대 최다패를 넘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100패는 모면했지만 또 다른 공포가 한화를 엄습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30일 대전 롯데전을 ‘레전드 데이’로 열었다. KBO 출범 40주년을 맞아 전문가 및 팬 투표로 선정된 ‘40인 레전드’ 멤버 송진우(5위), 장종훈(10위), 정민철(13위), 김태균(14위) 등 팀의 영구결번 스타들을 초청했다. 호주에 체류 중인 구대성(8위)은 아쉽게 개인 사정으로 불참.
선수들은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붉은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경기 전에는 송진우(박상언), 장종훈(하주석), 김태균(노시환)이 현역 후배들과 합동 시구·시포 행사도 가졌다. 5회 종료 후 클리닝타임 때 허구연 KBO 총재가 직접 상패를 시상했고, 한화 주장 하주석과 롯데 이대호가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레전드 대표로 수상 소감에 나선 송진우는 "신인 때 첫 선발로 나가는 느낌이다. 하체가 후들거린다. 오늘 구대성도 같이 함께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아쉽다"며 "저를 포함해 40인 레전드에 뽑힌 선수들 축하한다. 1999년 우승을 했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많은 팬들과 행복했었다. 그런 날이 다시 오길 바라면서 앞으로도 이글스를 응원하겠다. 시즌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 팬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레전드들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였지만 한화는 또 졌다. 팀 내 최다 7승을 거둔 ‘연패 스토퍼’ 장민재가 나섰지만 웃지 못했다. 장민재는 1회 시작부터 이대호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은 뒤 2회에도 추가 실점을 허용했지만 6회까지 3실점으로 막았다. 타선도 2회 박상언의 적시타와 장진혁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붙더니 5회 하주석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6회 유상빈과 노시환의 연속 안타, 마이크 터크먼의 땅볼로 4-3 역전에 성공했지만 리드는 잠깐이었다. 7회 필승맨 김범수가 등판했으나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주자를 쌓았다. 고승민에게 동점타, 잭 렉스에게 역전타를 맞으면서 4-5로 다시 리드를 내줬다. 이어 나온 구원 장시환이 이대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추가로 허용했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실책으로 잡은 기회에서 1점을 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5-6 패배. 한화의 시즌 43번째 역전패였다. 최근 5연패 포함 10경기에서 1승9패로 수렁에 빠진 한화는 시즌 94패(44승2무)째를 떠안았다. 지난 2020년 구단 역대 최다 95패에 1패 차이로 다가섰다. 나아가 KBO리그 역대 최다패 기록도 가까워졌다.
1999년 쌍방울과 2002년 롯데가 기록한 97패까지 3패가 남았다. 1999년은 132경기, 2002년은 133경기 체제로 현행 144경기보다 경기수가 적었고, 승률 자체는 당시 쌍방울(.224)과 롯데(.265)가 올해 한화(.319)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패배 숫자와 역대 최다 기록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한화는 잔여 시즌 4경기가 남아있다. 4경기 중 3패를 하면 역대 최다패 타이 기록이고, 전패할 경우 98패로 역대 한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쓰게 된다. 한화는 대전에서 2일 KIA, 3일 SSG, 6일 키움을 상대한 뒤 8일 창원에서 NC와 최종전을 갖는다. 모두 순위 싸움을 하는 팀들이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