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40)가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지막 타석을 고의4구로 장식하며 남다른 위엄을 보여줬다.
이대호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1회 선제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으로 4출루 활약으로 롯데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장민재의 4구째 몸쪽 낮게 떨어진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22호 홈런. 5회 우전 안타로 멀티 히트에 성공한 이대호는 7회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연결하며 추가 1득점 발판을 마련했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이대호의 대전 고별 무대는 9회 마지막 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2사 후 잭 렉스가 우월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이대호에게 한 타석이 더 돌아왔다. 관중들이 이대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지만 곧 야유로 바뀌었다. 한화에서 자동 고의4구로 이대호와 승부를 피한 것이다. 이대호의 타격을 보고 싶어 한 팬들의 아쉬움이 야유로 나왔다.
1루에 걸어나간 이대호는 대주자 조세진으로 교체돼 덕아웃에 들어왔다. 이대호는 헬멧을 벗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대전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결과적으로 한화의 고의4구 작전은 통했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강재민이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이대호는 "거기서 고의4구가 나올 줄 몰랐다. (한화도) 이기려고 하는 경기였고, 맞으면 안 되는 타이밍이었다. (한화 수베로) 감독님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난번 대전에 왔을 때 하나 쳤던 게 있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이해한다. 은퇴하는 타자를 고의4구로 걸러주니 기분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고의4구가 7개로 이 부문 리그 공동 3위. 롯데 팀 내에선 1위다.
이대호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4-6으로 뒤진 9회 강재민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2점차로 뒤진 한화에도 9회 마지막 공격이 남아있었고, 그때 홈런을 맞은 강재민이 이대호를 다시 상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극적인 가을야구 진출이 없으면 4경기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이지만 여전히 무서운 타자임을 상대가 인정하고 있다.
이대호는 "이렇게 행복하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이제 4경기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구결번 지정이) 와닿지는 않는다. 남은 4경기가 내게는 정말 소중하다. 마지막 날에는 많이 울 것 같은데 그때까지 감정 조절을 하면서 경기에 집중하겠다. 마지막까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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