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못할 줄 알았다".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 박찬호(27)가 두 번째 도루왕을 예약했다. 지난 2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 경기에서 7번타자로 출전해 2안타를 때리고 2개의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5-4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팀은 2.5경기차 5위를 지키며 가을야구에 성큼 다가섰다.
두 개의 도루가 영양가 만점이었다. 2-0으로 앞선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때리고 출루했다.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투구폼을 뺏어 2루 도루에 가볍게 성공했다. 상대 포수의 악송구까지 나와 3루를 밟았고 팀의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발로 얻는 추가점이었다.
롯데의 추격을 허용해 3-3 동점이던 7회에서 발이 빛났다. 1사후 볼카운트 3-1에서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감행해 성공했다. 전진수비를 펼치던 상대 3루수가 뒤로 물러나자 허를 찌르는 번트를 댔다. 이번에도 스트레일리의 견제구를 뚫고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대타 고종욱의 좌월 2루타로 결승득점을 올렸다.
시즌 39호와 40호 도루가 팀 승리의 발판이 되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데뷔 첫 40도루를 달성하며 2019년(39개)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도루왕이 유력해졌다. 키움 김혜성은 34도루이다. 6개 차이로 벌어진데다 3경기만 남겨놓았다. 박찬호의 도루왕이 사실상 결정됐다. 김일권, 이순철, 이종범에 이어 멀티 도루왕을 예약하며 대도로 우뚝 섰다.
경기후 박찬호는 "40도루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성실히 플레이하다 보니 기록을 달성하게 되었다. 출루가 높아져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도루 기회가 늘어나기도 했다. 중심 타선이 좋아 (내가) 출루했을 때 상대 투수의 변화구 비율이 높아진 것도 도루 성공이 높아진 요인인 것 같다. 성범형도 내가 가는게 좋아하더라. 편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특히 2회 수비실책으로 한 점을 허용했다. 만회하려는 의지가 컸다. "하나 까길래 오늘 잘 할 것 같았다. 쉽다고 생각하는 야구를 못잡아다. 내가 바운스를 못맞췄다. 더 쉽게 갈 수 있는데 내 수비 때문에 동점 허용했다. 분위기가 넘어갔다. 그걸 만회하려는 마음이 컸다. 홈을 밟을때 '됐다! 다행이다' 싶었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때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라며 웃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5강행에 기여하는 40도루였다. "2019년은 지는 경기가 많았다. 점수차가 많이 날 때 많이 뛰었다. 올해는 더 알차다. 팽팽할 때 많이 친다. 2019년이 마지막 도루 타이틀이라고 다짐했다. 1등 할 정도는 아니고 20~30개 정도만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도루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도루가 몸이 좋은 것은 아니다.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다. 자제하고 싶은데 나의 매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뗄수 없는 그런 것이다. 상대투수의 투구모션을 연구하는데 전력분석팀과 조재영 코치님이 다 만들어주신다. 나는 밥숟가락만 얹는다"면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