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4)가 또 펄펄 날았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고, 본인도 올 시즌 끝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기록을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이정후는 올해 유력한 MVP 후보다. 일단 타격 부분에서 다관왕 가능성이 크다. 29일까지 타율 1위(.351), 최다안타 1위(189개), 타점 1위(113개), 장타율 1위(.581), 출루율 1위(.422)다.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즌 15차전에서는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회초 동점 스리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4-9 역전승을 이끌었다.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지난 2017년 데뷔 후 신인왕이 됐고, 프로 6년 차인 현재 최고 타자로 자리 잡은 선수 다운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바람의 아들’이자 ‘야구 천재’였던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 아들 답기도 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다. 이정후가 그랬다.
맹타를 휘두른 이정후는 “오늘 좀 힘들었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벤치에서 전부 쫓아갈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공격할 때 다 같이 한 마음이었다. 자기 플레이를 모두 잘 한 듯하다. 그래서 쫓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관왕 가능성과 MVP 수상 가능성에 “의식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하다보면 알아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보다 “팀의 3위 싸움이 치열하다. 이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이정후의 5관왕, MVP 가능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의 아버지 이종범 감독도 이정후 나이 24세에 5관왕과 MVP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24세에 막바지다. 이제 3경기 남았다.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 뿐이다”라던 이정후는 “아버지가 항상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이제 24세부터 야구가 한번 더 늘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말 이 딱 맞는 듯하다. ‘이 나이 때가 되면 장타도 늘 것이다’라고 하셨는 데 맞는 것 같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아버지는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홈런, 장타가 부족해 고민할 때가 있지만, 고민하지 말고 지금처럼 웨이트 열심히 하고 꾸준히 루틴대로 하면 알아서 좋아질 것이다. 홈런을 쳐보겠다고 타격폼을 바꾸는 등 변화를 절대 주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말이 신기할 뿐이다”라고 했다.
물론 타격폼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이정후는 “신체가 매년 달라진다. 똑같이 친다고 생각하는 데 미세하게 바뀌더라. 그리고 투수들의 공은 더 좋아지고 있다. 상대 투수들은 나를 상대할 방법을 바꾸고 있다. 거기에 대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타격폼이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고 했다.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이종범을 아버지를 둔 이정후가 5관왕, MVP가 된다면 지난해 ‘부자 타격왕’에 이어 KBO 역사 최초로 ‘부자 MVP’가 될 수도 있다. 이종범 LG 2군 감독은 프로 2년 차였던 1994년 타율 3할9푼3리, 196안타, 84도루, 출루율 .452, 113득점으로 5관왕을 차지하고 MVP를 수상했다. 당시 이종범 감독의 나이는 24세.
이정후도 24세다. 올해 이정후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부자 5관왕 MVP’ 진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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