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춧가루 부대라는 수식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9월에도 리그 최다패를 기록 중인 한화가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를 당한 2년 전보다 낮은 승률에 허덕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7~28일 대전 LG전을 연이어 패했다. 2위 LG의 추격을 받고 있는 1위 SSG가 내심 기대했을 한화 고춧가루는 없었다. LG가 2경기 모두 가져가며 SSG에 다시 2.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0-1, 1-4로 스코어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한화는 이틀 내내 경기 흐름이 답답하게 꽉 막혔다. 투수들은 2경기에서 볼넷 18개에 몸에 맞는 볼 1개를 더해 사사구 19개를 허용하며 진을 뺐다. 타자들도 득점권에서 17타수 1안타 타율 5푼9리에 그치며 잔루만 18개를 남겼다. 이틀 연속 번트 실패로 작전 수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9월 가을 바람이 불면서 한화가 ‘고춧가루 부대’로 고개를 드는가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착시 효과일 뿐이었다. 한화는 9월에도 리그 최다 15패(9승)를 당하며 승률 3할7푼5리에 그치고 있다. KIA(8승14패 .364)만이 한화보다 승률이 낮다.
한화는 시즌 개막 후 6개월 내내 월간 승률 4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4월 9위(9승16패 .360), 5월 8위(10승16패 .385), 6월 10위(5승16패1무 .238), 7월 9위(4승15패1무 .211), 8월 10위(7승14패 .333)에 이어 9월에도 7위 이상 순위는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2일 문학 SSG전 패배로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3년 연속 10위 꼴찌가 확정된 한화는 28일까지 44승92패2무로 승률 3할2푼4리에 그치고 있다. 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 충격 속에 창단 첫 10위로 추락했던 2020년(46승95패3무 .326)보다 승률이 더 낮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전면 리빌딩에 나선 지난해에도 10위였지만 49승83패12무(.371)로 어느 정도 반등하면서 희망을 밝혔지만 올해는 2년 전보다 못한 승률로 고꾸라졌다. 겨우내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없이 ‘맨땅에 헤딩’ 시즌2를 맞이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올해 팀을 거친 4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미진하다. 팀 내 기강을 세우고, 분위기를 다잡아줄 고참이 거의 없다. 연차와 실력에 비해 과중한 부담을 안은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둥 선수 부재 속에 1점차 패배 22번, 2점차 패배 21번으로 한 끗 모자란 패배를 반복했다. 무수한 패배가 쌓이면서 지독한 패배 의식이 선수단을 짓누르고 있다.
2년 전 한화는 18연패 이후 사과문을 통해 뼈를 깎는 쇄신을 선언했고, 시즌 후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했다. 그 사이 유망주들을 많이 모으며 미래 초석을 다졌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2년 전에 비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고춧가루 부대’라는 수식어마저 무색한 한화에 또 한 번 쇄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