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만 내도 이길 수 있다. 강력한 불펜의 힘을 자랑하는 LG가 1-0 승리만 올해 3번째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잠실 키움전, 23일 잠실 롯데전에 이어 27일 대전 한화전도 1-0으로 승리하며 극강의 짠물, 불펜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한화전에는 4명의 투수가 홀드를 기록했다. 6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둔 김윤식에 이어 이정용(⅓이닝), 김대유(⅔이닝), 정우영(⅔이닝), 진해수(⅓이닝)가 9회 마무리 고우석에게 마운드를 넘기기 전까지 2이닝 동안 1점 리드를 지키며 홀드를 챙겼다.
이로써 LG는 지난해 KIA(94개)를 제치고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홀드 98개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0년부터 KBO리그 공식 기록으로 집계된 홀드는 세이브 상황에서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마운드를 넘긴 투수에게 주어진다. 중간투수에게 세이브와 같다.
올해 LG는 구단 최초 40세이브를 거두며 구원왕을 확정한 마무리 고우석 앞에서 정우영(33개), 이정용(22개), 김진성(12개), 김대유(11개), 진해수(11개), 최성훈(5개), 송은범(2개), 백승현, 이우찬(이상 1개) 등 9명의 중간투수들이 98홀드를 합작했다. 리그 최초 단일 시즌 팀 100홀드 기록이 눈앞에 왔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홀드를 넘기고 있는 정우영(2.85)을 필두로 이정용(3.49), 김진성(3.25), 김대유(2.27), 진해수(2.51), 최성훈(2.23), 송은범(3.38)이 2~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을 뽐내며 마무리 고우석과 함께 최강 불펜을 구축했다.
LG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리그 유일의 2점대(2.98)로 1위에 빛난다. 승계주자 실점율도 26.0%로 가장 낮다. 273명의 주자 중 71명만 홈에 보내 유일하게 승계주자 실점율이 30%를 넘지 않고 있다. 불펜도 좋지만 교체 타이밍도 좋았다.
특정 투수들에 의존해서 거둔 성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놀랍다. 시즌 전체 구원 이닝(507⅔)은 10개팀 중 두 번째로 많지만 여러 투수들이 나눠 맡았다. 구원 이닝 10위 안에 LG 투수가 없다. 14위 고우석의 58이닝이 최다. 모든 구원투수들이 경기당 1이닝 수준으로 관리를 잘 받고 있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그 흔한 혹사 논란이 LG에는 없다.
필승조, 추격조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양적 자원이 풍부하다. 사이드암(정우영), 우완(이정용·김진성·송은범), 좌완(김대유·진해수·최성훈)으로 불펜 구성도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지난 25일 문학 SSG전에서 선발 아담 플럿코가 어깨 담 증세로 첫 타자 고의4구 이후 교체됐지만 10명의 구원투수들이 10이닝 2실점을 합작하며 연장 10회 경기를 6-2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시즌 막판까지 불펜 힘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1위 SSG를 무섭게 위협하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작년부터 투수 파트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장점을 잃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획과 원칙을 갖고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5월부터 선발 비중을 오히려 더 늘렸다. 그때 불펜에 의존했다면 아마 지금 좋지 않았을 것이다”며 “계획과 원칙 안에서 선수들이 잘해줬다. 덕분에 지금까지 순조롭게 (불펜이) 덜 지치는 상황에서 가을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불펜 자원이 풍부하다 보니 불펜 데이 가능성도 외부에서 거론됐지만 내부적으론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그런 의견은 전혀 없었다. 내 생각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칫 장점을 잃을 수 있는 모험보다 순리대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면서 시즌 막판까지 불펜의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다른 팀 불펜이 모두 피로에 지친 9월에도 LG는 유일한 1점대(1.96) 구원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2위 NC(3.44)에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혹사 없이 이상적인 마운드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