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에이스라면 거쳐야 할 통과 의례 같다. 2경기 연속 5이닝 1실점 호투에도 불구하고 득점 지원 0점으로 패전을 안은 ‘158km 파이어볼러’ 문동주(19·한화)도 예외가 아니다. 1점만 줘도 패배다.
문동주는 지난 27일 대전 LG전에서 최고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5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 5개로 제구가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3회 허도환에게 안타를 맞은 뒤 보크를 범하면서 무사 2루에 몰렸지만 삼진(오지환)-땅볼(문보경)-삼진(김현수)으로 실점 없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한 게 백미.
50구를 넘기 뒤 맞이한 5회에는 다소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서건창에게 볼넷과 2루 도루를 허용하고, 허도환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에서 박해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게 유일한 실점. 문보경에게 볼넷을 주며 1,2루 위기 상황이 계속 됐지만 김현수와 채은성을 모두 커브로 내야 땅볼 유도하며 추가 실점 없이 5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문동주는 이날 승리는커녕 패전을 떠안았다. 문동주가 마운드에 있던 5회까지 한화 타선도 LG 선발 김윤식에게 막혔다. 3회 1사 만루에서 하주석과 노시환이 연속 땅볼로 물러났고, 5회 2사 1,3루에선 하주석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문동주의 첫 승을 돕지 못했다.
김윤식이 내려간 뒤 LG 불펜 공략에도 실패했다. 기회는 계속 있었다. 7회 2사 만루에서 하주석이 루킹 삼진을 당했고, 9회 2사 만루에선 노시환이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잔루만 무려 12개를 남기며 0-1로 패했고, 문동주의 이름 옆에는 패전이 붙었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가졌던 1군 복귀전인 지난 21일 대전 롯데전에도 문동주는 5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이날도 한화 타선이 9회 내내 1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0-9 완패를 당했고, 문동주는 패전을 떠안았다.
LG전까지 2경기 연속해서 5이닝 1실점 호투에도 승리 대신 패전이 붙었다. 10이닝 득점 지원 0점으로 타선이 전혀 돕지 못했다. 10년 전 27경기(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66에도 불구하고 9승9패에 그치며 10승에 실패했던 류현진(토론토)이 그랬던 것처럼 꼴찌팀의 에이스라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이자 숙명과도 같다. 그런데 2012년 류현진도 1실점을 한 4경기에선 2승을 거두며 패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19살 문동주에겐 조금 가혹한 상황이긴 하다.
1차 지명 유망주답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건 그래도 한화를 웃게 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보다 타고난 재능이 정말 좋다. 한국을 넘어 미국에 가도 루키볼을 평정하며 올스타가 될 만한 재능이다. 전세계의 이 나이대 선수로는 톱클래스”라며 “나이보다 성숙하다는 점이 문동주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내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남은 시즌 본인 능력을 보여주면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지현 LG 감독도 “최고 유망주다. 구위는 지금도 톱클래스”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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