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둔 수험생도 탐나는 ‘끝내주는 사나이’ 배정대(KT)의 강심장이다. 통산 끝내기만 무려 8번을 쳤으니 그럴만도 하다.
배정대는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15번째 맞대결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으로 팀의 5-4 끝내기 승리를 견인했다.
끝내주는 사나이답게 안타는 마지막 9회에 터졌다. 4-4로 맞선 1사 2, 3루 찬스. 배정대는 두산 마무리 홍건희를 만나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 직구(145km)를 받아쳐 전진 수비 중인 중견수 정수빈 키를 넘기는 안타를 쳤다. 승부를 끝낸 극적인 적시타였다.
경기 후 만난 배정대는 “오늘 앞선 세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집중을 하고 노력을 했는데 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의미 있는 안타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정대가 이날 9회 때려낸 적시타는 무려 개인 통산 8번째 끝내기였다. 올해만 3번째. 이렇다 보니 선수들도 배정대의 9회말 타석을 내심 기대하게 된다. 배정대는 “벤자민이 경기 중에 내가 끝내기를 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 내게 차가운 물을 뿌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찬스가 오면 끝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또 신기한 하루가 됐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선수가 꼽은 9회말 활약 비결은 남다른 호흡법이었다. 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찬스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배정대는 “찬스에서 긴장이 많이 될 때 호흡으로 조절을 하는 편이다. 끝내기 상황이 됐을 때 그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쓴다. 조금 더 타석에서 손과 어깨의 힘을 빼려고 한다. 물론 안 될 때도 있지만 신경을 쓰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정대는 급기야 강심장을 필요로 하는 수험생의 상담까지 받았다. 그는 “얼마 전 SNS 메시지를 통해 어떤 분이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긴장을 어떻게 해소하냐고 질문해주셨다. 그래서 똑같이 내 비결을 알려드렸고, 준비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다”라며 “물론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답장이 안 온 걸 보니 별로 결과가 좋지 않았나 보다”라고 웃었다.
이날은 특별히 부모님의 좋은 기운도 끝내기에 한 몫을 했다. 배정대는 “오늘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특별히 의식하진 않았지만 끝내기를 친 뒤 딱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의 경우 내 경기를 잘 못 보시는데 오늘 보니 울고 계시더라”라고 진심을 전했다.
4위 KT는 배정대의 끝내기에 힘입어 같은 시간 창원에서 NC에 패한 3위 키움과의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배정대는 “항상 우리가 시즌 막바지에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8경기 정도 남았고, 키움과 한 경기 차이가 됐다”라며 “선수들 모두 준비 잘하고 있다. 오늘도 모두가 잘해서 이렇게 역전할 수 있었다. KT만의 방식대로 잘 이겼다”라고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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