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처럼 KBO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 계약으로 유턴한 선수들부터 마이너 계약부터 시작해 경쟁을 뚫고 자리잡은 브룩스 레일리(탬파베이 레이스), 다린 러프(뉴욕 메츠)도 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KBO리그에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플렉센은 딱 1년 뛰고 돌아갔지만 켈리, 레일리, 러프는 3~5년간 장수 외국인으로 활약했다. 반면 KBO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깜짝 활약 중인 선수도 있다. 2019년 NC 다이노스에서 시즌 중 방출된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탬파베이)가 올해 11홈런으로 깜짝 활약 중인 가운데 2020년 롯데 자이언츠에 몸담았던 투수 애드리안 샘슨(31·시카고 컵스)의 존재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샘슨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93.5마일(150.5km) 포심 패스트볼(33개) 중심으로 싱커(17개), 체인지업(13개), 슬라이더(3개), 커터(1개)를 구사했다. 6회까지 투구수 67개로 효율적인 투구의 끝을 보여줬다.
이날로 샘슨은 시즌 3승(5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3.23으로 낮췄다. 후반기 12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3.18로 갈수록 좋다. 9월 5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55로 특급 수준이다. 9월 규정이닝 기준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은 3위로 호세 퀸타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0.71),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1.36) 다음이다.
MLB.com은 ‘샘슨은 부상자로 가득한 컵스 선발진의 구멍을 막는 데 도움을 주면서 2023년 경쟁 후보군에 자신을 넣었다’며 내년에도 샘슨이 컵스 전력이 될 것으로 봤다. AP통신도 ‘샘슨은 5월에 두 번의 웨이버와 마이너 강등이 있었지만 자신의 구위를 믿었다. 이제는 컵스를 믿게 만들지 모른다. 그의 활약 방식을 보면 2023년이 더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샘슨도 “훌륭한 팀에는 선발투수가 5명 있지만 10명이 필요하다. 팀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발투수들이 서로 무게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이제 나는 5~6일에 한 번씩 나가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토미 핫토비 컵스 투수코치도 “샘슨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투수로 우리 버킷에 있다. 선발도 할 수 있고, 구원으로 중요한 이닝을 맡거나 멀티 이닝으로도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선발과 구원 양쪽에서 모두 쓰임새가 높은 투수라고 칭찬했다.
지난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샘슨은 2018~2019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19번의 선발등판을 기회를 얻었다. 2019년에는 한 차례 완투승 포함 6승을 거둔 이듬해 샘슨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롯데의 새로운 외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25경기(130이닝) 9승12패 평균자책점 5.40 탈삼진 87개의 평범한 성적으로 재계약 실패했다.
전반기 10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6.24에서 후반기 15경기 6승6패 평균자책점 6승6패 평균자책점 4.89로 반등 기미를 보였지만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친상을 당하며 미국에 다녀온 뒤 코로나 2주 자가격리를 거치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고, 자신의 베스트 구위를 보여주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나야 했다.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간 샘슨은 10경기(5선발) 1승2패 평균자책점 2.80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다시 컵스와 마이너 계약했으나 5월에 양도 지명(DFA) 처리된 뒤 웨이버 클레임으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트리플A로 갔다 다시 웨이버를 거쳐 컵스에 돌아왔다. 카일 헨드릭스, 웨이드 마일리, 드류 스마일리 등 주축 선발들이 부상을 당한 컵스는 샘슨에게 선발 기회를 줬고, 기대 이상 활약에 그를 내년 시즌 전력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