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 감독님이 칭찬 많이 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최대어 투수 김서현(서울고) 못지않게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뽑은 내야수 문현빈(북일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지명 차례에 오지 않을까봐 불안했는데 뽑을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할 만큼 문현빈의 매력에 빠졌다.
수베로 감독이 문현빈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5월31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한화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연고 지역팀 북일고 선수단을 초청했다. 용품 전달식을 갖고 단체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당시 문현빈이 경기 전 기념 시타자로 나섰다.
이날 이상군 북일고 감독이 수베로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화 전신 빙그레 시절 에이스로 통산 100승을 거둔 ‘제구력의 마술사’ 이상군 감독은 은퇴 후 투수코치, 감독대행, 스카우트 총괄을 맡으며 한화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모교 북일고 감독을 맡아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 문현빈을 비롯해 투수 최준호(두산 1라운드 9순위), 투수 장우진(두산 3라운드 29순위), 내야수 김민준(SSG 7라운드 65순위) 등 4명의 선수들을 프로에 보냈다.
이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수베로 감독이 북일고에 좋은 선수가 있는지 물어봤다. 이 감독이 말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문현빈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북일고 감독님에게 문현빈이 어떤 선수인지 묻고 답할 기회가 있었는데 칭찬을 많이 했다”며 “스카우트 팀에서 보여준 영상과 자료, 보고서를 보며 문현빈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뽑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우투좌타 문현빈은 178cm, 77kg으로 체구가 작지만 충남 온양중 시절부터 야구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 올해 고교 25경기에서 96타수 45안타 타율 4할6푼9리 2홈런 27타점 19득점 16사사구 9삼진 10도루로 활약하며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다.
이상군 감독은 “키는 작지만 공수주 다 잘하는 선수다. 타격에서 안타를 만들어치는 스타일로 펀치력도 있다”며 “우리 팀 유격수 김민준이 수비를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라서 문현빈이 2루수를 맡았는데 유격수와 3루수도 볼 수 있는 어깨와 수비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현빈에게 주장을 맡긴 이 감독은 야구 실력만큼 근성을 높이 평가한다. “내가 와서 2년 동안 어디 아파서 쉰 적이 한 번도 없다. 야구 아니면 죽을 선수다. 그만큼 근성이 좋다. 여러 가지로 흠잡을 데 없다. 야구 잘하고,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라는 게 이 감독의 말이다.
수베로 감독도 문현빈의 남다른 기질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수베로 감독은 “청소년대표팀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이 선수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영상만 봐도 투지가 느껴지는 선수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며 실력 면에서도 “팀에 내부 경쟁을 충분히 부추길 수 있는 선수로 본다”고 기대했다.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 3루수 노시환으로 내야 주요 기둥이 세워진 한화이지만 문현빈이라는 메기가 또 다른 자극을 일으킬 듯하다.
문현빈도 지명 후 “너무 일찍 뽑혀 놀라웠다. 저를 이렇게 높게 평가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리고,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항상 전력 질주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충청 지역에서 야구를 해왔는데 좋은 선수로 성장해 영구 결번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