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전혀 생각도 못했죠.”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21)은 지난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당시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 평가됐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구속보다 제구로 승부하는 유형이었다. 2020년 첫 해 2군 퓨처스리그 8경기 모두 선발등판하면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데뷔 3년차가 된 지금 정해영은 KBO리그에 손꼽히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2020년 7월 첫 날 광주 한화전에서 구원승으로 1군에 데뷔하며 불펜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정해영은 지난해부터 풀타임 마무리로 2년째 뒷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지난해 64경기(65⅓이닝) 5승4패34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세운 정해영은 올해도 51경기(51⅓이닝) 2승6패31세이브 평균자책점 3.51로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넘는 데 성공했다.
2년 연속 30세이브는 타이거즈 최초 기록으로 팀 레전드들도 해내지 못한 위업. 선동열이 1993년(31개), 1995년(33개) 두 차례 작성했지만 2년 연속은 아니었다. 이외 1998년 임창용(34개), 2015년 윤석민(30개)이 30세이브를 넘겼지만 2년 연속은 못했다.
KBO리그 전체로 봐도 정해영보다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30세이브를 한 투수가 없다. 종전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 기록 보유자는 임창용으로 1999년 삼성에서 38세이브를 거둬 전년도 해태 시절에 이어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당시 만 23세으로 올해 만 21세 정해영이 2년을 앞당겼다.
김종국 KIA 감독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30세이브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마무리라는 자리가 구위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짱이라든가 그 외에 필요한 것이 많다. 끝내기도 맞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어느 마무리든 1년에 한두 번 그런 시기가 있다. 해영이는 부담스런 상황도 훌훌 털고 잘 이겨낸다. 또래들보다 멘탈이 좋다”고 칭찬하며 “지난달보다 밸런스가 좋아져서 커맨드가 잘되고 있다. 구속 차이는 크게 없지만 볼끝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투수로 그 부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입단할 때만 해도) 마무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경기에 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믿고 기용해주셔서 이런 기록까지 세울 수 있었다. 형들도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다. 올해는 저 혼자 힘으로 거둔 세이브가 10개도 안 될 것이다”는 말로 주변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풀타임 마무리 2년째이지만 여전히 블론세이브의 무게는 견디기가 어렵다. 그는 “블론이라는 게 아직은 조금 버거운 것 같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잔상이 많이 남더라. 올해 유독 뼈아픈 블론이 많아서…”라며 자책한 뒤 “지난달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구위가 좋아지고, 자신감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어깨 염증으로 이탈한 지난달 8경기에서 3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11.57로 뭇매를 맞았지만 9월에는 7경기에서 4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45로 반등했다.
2년 연속 리그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쌓고 있는 정해영은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면서 최초 기록들에 대해선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좋겠다. 안 깨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꾸준하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