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운명 같은 마무리, 천직이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9.27 03: 42

“마무리는 전혀 생각도 못했죠.”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21)은 지난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당시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 평가됐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구속보다 제구로 승부하는 유형이었다. 2020년 첫 해 2군 퓨처스리그 8경기 모두 선발등판하면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데뷔 3년차가 된 지금 정해영은 KBO리그에 손꼽히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2020년 7월 첫 날 광주 한화전에서 구원승으로 1군에 데뷔하며 불펜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정해영은 지난해부터 풀타임 마무리로 2년째 뒷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KIA 정해영이 삼진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2022.05.26 / foto0307@osen.co.kr

지난해 64경기(65⅓이닝) 5승4패34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세운 정해영은 올해도 51경기(51⅓이닝) 2승6패31세이브 평균자책점 3.51로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넘는 데 성공했다.  
2년 연속 30세이브는 타이거즈 최초 기록으로 팀 레전드들도 해내지 못한 위업. 선동열이 1993년(31개), 1995년(33개) 두 차례 작성했지만 2년 연속은 아니었다. 이외 1998년 임창용(34개), 2015년 윤석민(30개)이 30세이브를 넘겼지만 2년 연속은 못했다. 
KBO리그 전체로 봐도 정해영보다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30세이브를 한 투수가 없다. 종전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 기록 보유자는 임창용으로 1999년 삼성에서 38세이브를 거둬 전년도 해태 시절에 이어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당시 만 23세으로 올해 만 21세 정해영이 2년을 앞당겼다. 
김종국 KIA 감독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30세이브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마무리라는 자리가 구위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짱이라든가 그 외에 필요한 것이 많다. 끝내기도 맞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어느 마무리든 1년에 한두 번 그런 시기가 있다. 해영이는 부담스런 상황도 훌훌 털고 잘 이겨낸다. 또래들보다 멘탈이 좋다”고 칭찬하며 “지난달보다 밸런스가 좋아져서 커맨드가 잘되고 있다. 구속 차이는 크게 없지만 볼끝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투수로 그 부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9회말 2사 2,3루 실점위기에서 땀을 닦고 있다. 2022.08.10 / foto0307@osen.co.kr
정해영은 “(입단할 때만 해도) 마무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경기에 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믿고 기용해주셔서 이런 기록까지 세울 수 있었다. 형들도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다. 올해는 저 혼자 힘으로 거둔 세이브가 10개도 안 될 것이다”는 말로 주변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풀타임 마무리 2년째이지만 여전히 블론세이브의 무게는 견디기가 어렵다. 그는 “블론이라는 게 아직은 조금 버거운 것 같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잔상이 많이 남더라. 올해 유독 뼈아픈 블론이 많아서…”라며 자책한 뒤 “지난달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구위가 좋아지고, 자신감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어깨 염증으로 이탈한 지난달 8경기에서 3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11.57로 뭇매를 맞았지만 9월에는 7경기에서 4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45로 반등했다. 
경기 종료 후 KIA 정해영이 박동원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5.12 /sunday@osen.co.kr
2년 연속 리그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쌓고 있는 정해영은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면서 최초 기록들에 대해선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좋겠다. 안 깨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꾸준하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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