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 포수의 존재감이 반대로 나타났다. 1승이 절실한 시기, 안방의 절대 존재인 양의지(35)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경기를 완성했다.
NC는 지난 25일 창원 KT전에서 1-9로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NC는 2연패를 당했고 60승70패2무를 마크했다. 5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KIA와의 3연전에서 1승2패 루징시리즈를 당한 뒤 힘이 빠진 듯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이날 NC는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선발 포수 마스크는 박대온이 썼다. 박대온은 올 시즌 양의지에 이은 두 번째 포수로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이 31경기 째 선발 출장 경기. 그러나 박대온은 경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0-3으로 끌려가던 3회초, 2사 1,2루에서 2루 주자 앤서니 알포드의 기습적인 3루 도루 때 엉뚱한 방향으로 악송구를 범하며 추가 실점을 내줬다. 급격하게 경기 분위기가 기울었다. 박대온은 5회초 수비 때 김응민으로 교체됐다.
2019시즌을 앞두고 4년 125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합류한 양의지. 지난 4년 간 양의지는 NC 유니폼을 입고 공수, 투타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포수로서 투수 리드와 프레이밍 등으로 투수들을 안정시켰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포수 출장은 45경기(38선발) 302⅓이닝에 불과했고 지명타자 출장이 더 많았지만 올해 다시 포수로 복귀해서 팀을 이끌고 있다. 포수에 대한 자부심이 큰 양의지인 만큼 포수 복귀를 열망했고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그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것. 올해 양의지는 포수로 84경기에 선발 출장했고 698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 코로나19 여파로 결장했고 체력 안배차원에서 주 1~2회 정도 지명타자로 나서는 정도다. 양의지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팀은 43승39패2무, 승률 .524를 기록했다.
투수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맹점이 있지만 양의지가 앉았을 때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77로 올해 NC 팀 평균자책점 3.97보다 낮다. 팔꿈치 부상으로 도루 저지에 우려가 있었지만 42.2%(26허용/19저지)로 리그 최정상급 도루저지율까지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양의지 개인의 타격 컨디션이 늦게 올라왔고 팀의 완전체 전력이 꾸려지기 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이 승률이면 5위를 충분히 차지하고 남았다. 현재 5위 KIA의 승률은 .481(65승70패1무)이다.
반면, 양의지의 백업 포수들이 선발로 나선 경기는 49경기. 박대온 31경기, 김응민 17경기, 정범모 1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팀 승률은 17승31패1무 승률 .354에 불과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2할 가까운 승률 차이가 났다. 박대온의 포수 평균자책점은 4.45, 김응민은 4.13, 정범모는 6.00이었다. 여러모로 편차가 크다. 양의지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채우기는 힘들지만 최소한의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그 최소한도 힘들었다.
NC가 양의지를 영입한 계기는 결국 주전 포수의 부재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2018년의 경험 때문이었다. 창단 이래 줄곧 주전포수 역할을 맡았던 김태군이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자마자 성적이 떨어졌다. 김태군이 복귀한 뒤에는 양의지&김태군이라는 10개 구단 최강의 포수 라인업을 보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김태군을 삼성으로 트레이드시켜 포수진 라인업이 약해졌다. 올해 상무에서 전역할 ‘포스트 양의지’로 불린 김형준의 복귀를 내심 기대했지만 전역 직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최소 내년까지 복귀가 불투명하다. 특히 쪼그려 앉아있는 포지션의 특성상 십자인대 수술 이후 김형준의 포수로서 기량이 더 성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NC는 여전히 양의지가 필요하다.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에 리더십까지 갖췄다. 양의지의 존재감을 대체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다만, 양의지에 눈독을 들이는 KIA, 롯데 등과의 머니게임이 불가피하다.
NC는 양의지 외에도 내야수 박민우, 노진혁, 외야수 이명기, 권희동, 투수 원종현, 이재학 등 FA 선수들이 대거 풀린다. 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양의지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한 번의 100억대 계약도 양의지도 꿈이 아니다. 김택진 구단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택진이 형’은 지난해 나성범 외에는 팀이 원하던 FA를 모두 잡았고 눌러앉혔다. 과연 ‘택진이 형’의 지갑은 양의지를 향해 또 한 번 열리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