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선택이었다.
2019년 7월 1일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는 고민에 빠졌다. 2020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자를 선정을 놓고 최종 후보자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었다. 2018년까지는 광주일고 에이스 정해영이 부동의 후보였다. 140km대 후반을 던졌다. 그런데 3학년이던 2019년들어 스피드가 갑작 130km대로 줄었다.
조계현 단장을 비롯한 스카우트 팀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광주일고 외야수 박시원이 또 다른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때 박시원쪽으로 대세가 기우는 듯 했지만 스카우트 팀은 결단을 내렸다. 고교 2학년부터 차원이 다른 공을 던졌고, 제구력이 뛰어나고 무한 잠재력을 갖춘 정해영으로 결정했다.
당시 KT 위즈 소형준, LG 트윈스 이민호, SSG 오원석, 롯데 최준용, 삼성 황동재도 1차 지명을 받았다. 다들 소속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거나 유망주들이다. 정해영은 대신 계약금 2억 원에 턱걸이했다. 3억5000만 원을 받은 소형준에 비해 크게 밑돌았다. 스피드가 낮은 이유로 풀이됐다. 150km 넘으면 3억 원이 넘었다.
정해영은 첫 해는 퓨처스 팀에서 선발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6월 말 1군에 올라왔지만 취소되는 탓에 등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대로 다시 내려가는 듯 했으나 기회가 왔다. 그것도 1차 지명을 받은 7월 1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서 1-3으로 뒤진 9회초 등판했다. 김태균을 삼진으로 잡는 등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았다. 타선이 9회말 역전극을 펼치는 바람에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이 데뷔전을 발판삼아 1군의 불펜요원으로 자리잡았고, 추격조에서 필승조까지 승격했고, 세이브도 따냈다. 5승4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29의 우등성적을 냈다. 2021시즌은 전상현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어깨부상으로 낙오하자 마무리로 발탁받아 5승4패34세이브, ERA 2.20의 특급성적을 냈다.
임창용의 타이거즈 최다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부동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최연소 50세이브를 따내더니 24일 창원 NC전에서 3-1 승리를 지키고,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까지 돌파했다. 타이거즈 최초의 기록이다. 지난 25일 삼성전도 세이브를 추가해 5위 수성의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올해는 힘겨움도 있었다. 승승장구를 하다 8월 주춤했다. 8월 2일 대전 한화전 끝내기 홈런을 맞았고, 6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6실점으로 무너졌다. 8일 키움전도 2실점 패전을 안았다. 몸이 가장 안좋은 시기였다.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잘 추스렸고, 9경기 연속 무실점과 6세이브를 추가하며 반등했다. 시련은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21살. 또 다른 성장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KIA가 3년전 다른 선택을 했다면 마무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타이거즈는 1998년 임창용의 삼성 이적 이후 20년 넘게 마무리 부재에 시달려왔다. 한기주, 윤석민이 있었지만 단발성이었다. 정해영이 그 고민을 해소했다. 2021~2022시즌 2년 치 연봉은 2억4000만 원에 불과하다. 가성비 최고의 마무리이다. 그래서 3년 전의 불안했던 선택은 더욱 찬사를 받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