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너무 반갑더라고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목곰’ 김동주(46)의 KBO 40인 레전드 시상식. 29위에 이름을 올린 김동주는 2013년 은퇴 후 9년 만에 처음 잠실구장을 방문해 레전드 선정을 축하받았다. 두산 전풍 사장의 기념 트로피 전달을 시작으로 박종훈 경기감독관, 두산 주장 김재환, 한화 주장 하주석, 야구 아카데미 제자와 기념촬영을 했고, 곧이어 마이크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음 순서는 친정 두산 선수들과의 하이파이브였다. 김동주는 1루 더그아웃으로 향해 현역 시절 동료이자 코치였던 김태형 감독을 끌어안으며 감격적인 해후를 기념했다. 김 감독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레전드가 된 후배를 맞이했다.
김동주는 이후 두산 코치,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관중석을 향해 양 손을 흔들며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1루 관중석에서는 KBO리그 응원가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동주 동주 김동주’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시상식 후 현장에서 만난 김동주는 “내가 뽑힐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좋은 선배님들도 많이 있는데 팬들과 선배님들 덕분에 선정이 된 것 같다. 너무 영광스럽고 오랜만에 잠실구장에 오니까 기분이 좋다”라고 40인 레전드에 선정된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팬들의 응원가를 들은 기분은 어땠을까. 김동주는 “전율을 느꼈다”라며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이런 자리가 또 언제 마련될지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중에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 뵐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태형 감독과의 포옹은 반가움의 표시였다. 은퇴 후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두산 선수단 내에 김동주를 잘 아는 사람은 사실상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동주는 “너무 반가웠다. 이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님은 동료이자 코치 생활을 오래하셨기 때문에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너무 반가워서 내가 한 번 안아드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현장을 떠난 지가 10년이 거의 다 됐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한 번씩 누가 몇 살이고, 누가 은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라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김동주는 은퇴 후 아카데미에서 유소년 야구 꿈나무을 육성 중이다. 그렇다면 다시 프로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그는 “내가 돌아오고 싶다고 해서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속내도 전했다.
화려한 커리어에도 현역 생활 말미 원활하지 못한 끝맺음으로 은퇴식을 못했고, 그렇게 10년 가까이 홈구장이었던 잠실구장을 찾지 않았다. 최초의 장외홈런 타구가 떨어진 지점도 팬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방문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현역 시절을 함께 했던 김태형 감독을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진한 포옹을 했다.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그라운드가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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