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한국계 외야수 롭 레프스나이더(31)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참가를 고심 중이다. 직접 미국을 찾은 KBO 관계자들이 레프스나이더를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레프스나이더가 23일 뉴욕에서 한국 야구 관계자들을 만나 WBC 한국대표팀 출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레프스나이더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좋은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열리는 WBC는 자신의 국적뿐만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 국적을 선택해 출전 가능하다. 국제 경쟁력 강화에 나선 허구연 KBO 총재가 한국계 메이저리거 선발에 적극적인 가운데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이 지난 22일 이들과 만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염 위원장과 KBO 관계자들이 뉴욕 양키스 상대로 원정 중인 레프스나이더와 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글로브는 ‘만약 레프스나이더가 WBC에 참가하면 그 결정의 일부는 2023년 보스턴 팀 내 입지가 될 것이다. 레프스나이더의 올해 활약은 내년 보스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지난 5번의 오프시즌마다 팀이 계속 바뀌었던 그는 로스터 한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레프스나이더는 “이 업계에선 어떻게 될지 아무로 모른다. 다시 팀에 오고 싶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팀 내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시즌 준비로 스프링 트레이닝이 한창일 내년 3월 WBC 참가가 어렵겠지만 올해 레프스나이더의 성적이라면 어느 정도의 입지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레프스나이더는 4월 콜업 후 3경기 만에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다. 하지만 6월 중순 재콜업된 뒤 선발과 백업을 오가며 로스터 한 자리를 꿰찼다. 53경기 타율 3할(140타수 42안타) 5홈런 17타점 OPS .855로 빅리그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6월2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쳤고, 7월9일에는 양키스 상대로 4안타를 폭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8월2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는 2루타만 3방을 몰아쳤고, 지난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첫 끝내기 안타도 쳤다. 키케 에르난데스가 고관절 부상으로 빠진 사이 6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1번타자로 펄펄 날았다. 외야 수비에서도 우익수, 중견수를 넘나들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6월13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선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했다.
알려진 대로 레프스나이더는 1991년 서울 태생의 한국계 선수. 생후 5개월 만에 미국에 사는 독일·아일랜드 부부에게 입양됐는데 ‘김정태’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2012년 뉴욕 양키스에 지명돼 2015년 데뷔했지만 2017년 양도 지명(DFA)된 뒤 토론토 블루제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탬파베이 레이스, 애리조나 다이아아몬드백스,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그리고 지금 보스턴까지 거의 매년 팀을 옮겨다니는 저니맨이 됐다. 어느새 나이도 서른이 넘었지만 보스턴에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한편 레프스나이더는 오는 11월 부산과 서울에서 열릴 MLB 월드 투어 코리아 시리즈에도 초청을 받았다. 입양된 이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레프스나이더는 한국 투어를 희망하고 있지만, 다음달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라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