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괜찮아요."
KT 위즈 엄상백(26)이 데뷔 8년차에 비로소 10승 시즌을 만들었다. 엄상백은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9-1 완승을 이끌며 데뷔 첫 10승을 수확했다.
이날 엄상백은 최고 149km의 패스트볼 25개, 체인지업 43개, 슬라이더 12개를 던지며 NC 타선을 요리했다. 상대가 초반 실책으로 자멸했고 타선이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켜 엄상백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엄상백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투구에 집중했다.
경기 후 엄상백은 "사실 요즘 체력적으로 떨어져서 많이 힘들었다. 패스트볼 구위도 떨어지고 오늘도 낮경기니까 엄청 구위가 좋은 날은 아니었다. 그래도 (장)성우 형이 리드를 잘해줬고 저도 계속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했는데 맞춰잡는 타구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라면서 "NC 타선이 좋아서 걱정했다. 컨디션도 떨어지는 추세여서 어떻게 던지나 생각했는데 상대가 실책을 범하니까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다. 그래도 내 할일을 해야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이날 투구 소감을 전했다.
엄상백은 현재 이강철 감독이 가장 믿는 선발 투수다. 9월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2.16(25이닝 6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날 역시 원래 선발 순번상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순서였지만 "엄상백이 최근 가장 좋고, NC 상대로도 잘 던졌다"라면서 엄상백을 선발로 낙점했다.
비교적 아홉수 없이 10승을 달성했다. 지난 13일 한화전(6이닝 2실점) 9승 이후 18일 롯데전(6이닝 2실점)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2경기 만에 바로 10승을 달성했다. 그는 "쉽지는 않았다. 남은 등판 두 번 중 했어야 했는데 오늘 해서 참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8년을 기다린 10승. 정작 선수 본인은 그동안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기록이라고. 그는 "10승은 정말 생각해 본적도 없다. 사실 7~8승 정도 했을 때는 주변에서 '할 수 있을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때까지 나는 10승에 대한 욕심이 하나도 없었다. 올해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9승 달성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그런데 막상 9승이 되니까 내가 더 욕심이 생겼다. 그래도 마운드 위에서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똑같이 하려고 계속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데뷔 첫 10승이었음에도 기념구를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강철 감독의 역대 20번째 300승 기록이 동시에 달성됐기 때문. KT 입장에서는 겹경사였지만 기념구는 하나다. 엄상백은 이에 "감독님 300승이지 않나. 저는 정말 괜찮아요"라고 웃으면서 이강철 감독의 300승을 먼저 생각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