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후부터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실시하고 있다.
우타자 상대로는 내야수들이 좌측으로, 좌타자 상대로는 내야수들이 우측으로 이동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여기에 좌타자라도 선수에 따라 유격수가 1~2루 사이로 옮기기도 하고, 2루수가 1~2루 사이에 서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세세한 디테일이 달라진다.
LG 김현수 상대로는 파격적인 외야수 5명을 배치하는 시프트를 선보였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LG의 경기. 김현수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한화 야수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1회 2아웃, 김현수의 첫 타석이었다. 3루수(노시환)가 외야 좌익수 자리로 나가면서 ‘임시’ 외야수로 변신했다. 좌익수는 중견수 자리로, 중견수는 우중간으로 옮기고, 우익수는 우측 선상으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유격수(하주석)가 1루와 2루 사이의 외야 잔디 지역으로 나가 ‘2익수’ 자리에 섰다. 2루수는 2루 베이스 오른쪽, 1루수는 1루 선상에서 타구를 기다리는 시프트다. 외야에 서 있는 야수가 유격수까지 포함해 5명이나 된다. 반면 내야를 보면 2루와 3루 사이는 텅 비어 있다. 야수가 없다.
다른 구단들이 김현수를 상대하는 우측 시프트보다 더 극단적인 외야 포진과 1~2루 우측 시프트였다. 김현수는 올 시즌 한화 상대로 OPS 1.218로 9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3경기에서 타율 4할2푼2리 2홈런 11타점 15볼넷을 기록 중이었다. 수베로 감독이 김현수의 안타를 막기 위한 극단적인 시프트를 낸 것이다.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LG 경기에서도 김현수 상대로 이같은 시프트를 펼쳤다. 김현수에겐 낯설지는 않다.
김현수는 1회 정공법을 선택했고 1루수 키를 넘어가는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제대로 배럴 타구를 만들어내면 시프트의 빈틈은 있다.
3회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2~3루 사이에도 내야수가 한 명 있었다. 혹시 안타가 나올 경우 1루 주자의 3루 진루도 대비해야 한다. 김현수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3번째 타석, 김현수는 투수 장민재의 초구에 번트 자세를 슬쩍 취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한화전에서는 장민재 상대로 3루쪽으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방향이 투수 옆으로 굴러가 1루에서 아웃된 바 있다. 3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8회 1사 1루에서도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김현수는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 ‘김현수 시프트’가 그리 크게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한화는 2-0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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