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역대 26번째 메이저리거가 된 내야수 배지환(2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데뷔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안타와 볼넷뿐만 아니라 2개의 도루로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배지환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빅리그 콜업을 받아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지난 2018년 3월 피츠버그와 계약금 125만 달러에 사인한 뒤 5년차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랐다.
9번타자 2루수로 데뷔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배지환은 3타수 1안타 1볼넷에 도루 2개로 펄펄 날았다. 정확한 컨택과 선구안을 보여주면서 2루 수비에서도 땅볼 2개, 뜬공 1개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8회 전진 수비 때 정확한 홈 송구로 득점도 막았다.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배지환의 엄청난 다재다능함을 봤다.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공수주에서 자신의 장기를 모두 보여줬지만 가장 인상적인 툴은 도루 2개를 만든 발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도루 2개를 해낸 한국인 선수는 추신수 이후 배지환이 두 번째. 추신수는 총 9번의 2도루 경기가 있었다.
2회 데뷔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배지환은 다음 타자 오닐 크루즈에게 초구가 들어간 순간 스타트를 끊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서 여유 있게 살며 데뷔 첫 도루를 기록했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9회. 1사 후 중전 안타로 나간 배지환을 컵스 배터리가 잔뜩 경계했다. 1점 리드 상황에 동점 주자가 될 수 있는 데다 앞서 배지환의 주루 능력을 확인한 뒤였다.
컵스 투수 에릭 울멘은 1사 1루 크루즈 타석에서 두 번 연속 1루로 던져 배지환을 견제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다시 1루 견제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포수는 불안했던 모양. 크루즈 상대 2구째 공에 배지환이 2루로 뛸 듯한 동작을 취하자 컵스 포수 P.J. 히긴스가 허겁지겁 2루로 송구했다. 배지환은 뛰는 척만 하고 1루로 돌아갔다.
이어 투수 울멘이 4번째 견제구를 던졌다. 포수의 2루 송구까지 실질적인 견제만 5번 있었지만 배지환은 전혀 굴하지 않았다. 크루즈의 좌익수 뜬공으로 이어진 2사 1루 브라이언 레이놀즈 타석에서 기어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컵스 배터리를 괴롭혔다.
배지환이 득점권에 가자 컵스 배터리는 볼카운트 3B-1S 중 레이놀즈를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내보냈다. 로돌포 카스트로의 볼넷으로 만루 기회가 이어졌지만 칼 미첼이 삼진 아웃돼 아쉽게 5-6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하지만 상대 수비를 긴장시키는 배지환의 발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지환은 올해 트리플A에서도 30개의 도루로 주력을 증명했다. 경북고 시절에도 3년간 66경기에서 도루 51개를 기록할 만큼 주력은 확실한 선수.
빅리그 데뷔전에서 자신의 장기를 확실히 보여준 배지환의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내년부터 수비 시프트 규제와 함께 투수의 견제 횟수를 한 타자당 2개씩 제한하는 것으로 룰을 바꿨다. 발 빠른 주자의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는 시대를 앞두고 배지환이 빅리그에 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