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신인왕이였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20)가 종잡을 수 없는 제구력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이의리는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6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9승 째를 달성했다.
널뛰기 제구력을 선보인 이의리였다.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 4.09개로 제구력에서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최근 경기 양상도 볼넷이 화근이었다. 9월 3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며 12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역시 경기 초반,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1회 2아웃을 잘 잡은 뒤 박건우,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마티니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1차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1사 후 노진혁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윤형준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KIA 벤치와 팬들을 가장 조마조마하게 만든 순간은 3회였다. 3회 김주원, 박민우을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후 권희동을 상대로 한 초구까지 볼을 기록하면서 9개 연속 볼을 던졌다. 제구를 종잡을 수 없었다. 결국 권희동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3타자 연속 볼넷. 이제 NC 중심 타자들을 만나야 했다.
그런데 극적으로 다시 제구가 잡혔다. 집중력과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박건우를 상대로 슬라이더와 151km의 패스트볼을 번갈아 던졌고 결정구로 느린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그리고 양의지를 상대로 152km 패스트볼과 커브를 번갈아 던졌고 4구 만에 커브로 삼진을 솎아냈다. 2아웃을 삼진으로 모두 잡아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마티니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150km의 몸쪽 꽉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만들었다. 이의리는 아찔한 널뛰기 투구로 최대 승부처를 직접 자초했다. 그리고 힘으로 승부처를 이겨냈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이의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3연속 볼넷 이후 3연속 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이의리가 역대 두 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최초 기록은 지난 1990년 9월3일, 태평양 돌핀스 소속이었던 최창호가 인천 도원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32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3회까지 두 얼굴의 이의리였지만 4회부터는 지난해 신인왕의 위용을 되찾았다. 4회 1사까지 피안타가 없었던 이의리는 4회 1사 후 노진혁에게 번트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송구 미스 이후 2루에 도전하던 노진혁을 아웃시키며 한숨을 돌렸고 윤형준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에도 1사 후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권희동을 2루수 땅볼,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안정을 이어갔다. 6회에는 양의지를 2루수 뜬공, 마티니를 삼진, 손아섭을 2루수 땅볼로 처리, 이날 마지막 이닝에서 첫 삼자범퇴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고 152km의 패스트볼 69개를 던졌고 커브 18개, 슬라이더 14개, 체인지업 3개를 곁들이며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기록했다. 이의리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실점 없이 틀어막으며 팀에 원동력을 제공했고 5위 사수로 이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