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펜 투수 이정용이 9월에 평균자책점 ‘0’ 사나이가 됐다. 위기마다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자만하지 않고 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팽팽한 투수전으로 단기전 못지 않은 긴장감 넘치는 경기였다. LG가 1-0으로 앞선 8회 큰 위기를 맞이했다.
좌완 김대유가 등판해 대타 신용수에게 좌선상 2루타, 좌타자 렉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에 몰렸다.
LG는 김대유를 내리고 이정용을 구원 투수로 올렸다. 사이드암 정우영은 이미 7회 등판해 1사 2루 동점 위기를 막아냈다. 마무리 고우석 앞에서 최고의 카드는 이정용 뿐이었다.
첫 타자는 클러치 히터 이대호였다. 은퇴를 앞두고도 올해 3할3푼대 타율로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고, 21홈런 93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득점권에서도 3할대 타율이다.
이정용은 외야 뜬공이나 느린 내야 땅볼이라도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불리한 처지. 타자보다 투수가 몇 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정용은 느린 커브와 직구 2개를 던져 2볼-1스트라이크가 됐다. 4구째 117km 커브로 타이밍을 흐트렸으나, 베테랑 이대호는 이를 끌어당겨 좌측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3루수 정면으로 날아가 직선타 아웃, 3루수가 재빨리 1루로 던져 귀루가 늦은 1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을 시켰다.
무사 1,3루는 순식간에 2사 3루로 변했다. 롯데 관중석에서는 탄식과 한숨, LG 관중석은 환호가 터졌다. 이정용은 4번타자 전준우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고 1-0 리드를 지켜냈다. 이후 9회 마무리 고우석이 경기를 매조지, LG는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일 광주 KIA전, 이정용은 1-1 동점인 7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박동원과 류지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실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정용은 대타 고종욱을 상댈 147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 한 숨 돌렸다. 이어 박찬호는 커브, 슬라이더, 슬라이더로 3구삼진을 잡고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LG는 8회 1점, 9회 9점을 뽑아 승리했고, 이정용은 승리 투수가 됐다.
이정용은 9월 7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0이다. 5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 3볼넷 6탈삼진으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일한 아쉬움은 지난 8일 키움전 비자책 실점으로 인한 패전이었다. 2-2 동점인 9회 등판한 이정용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후속 타자의 번트 타구를 재빨리 잡아 2루로 승부했는데, 유격수가 병살 플레이를 서두르다 공을 놓치는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용은 147~149km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을 구사한다. 마무리 투수로 재능도 갖고 있는데, 워낙 불펜진이 두터운 LG에서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입단 후 부상으로 재활을 하느라 2020시즌 중반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처음 풀타임 시즌을 뛰면서 15홀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올해는 59경기에서 4승 4패 21홀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 중이다. 9월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는 이정용은 최근 잘 던진다는 말에 “부족합니다. 더 잘해야 합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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