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좌좌좌좌 선발진이 탄생할까?
KIA 타이거즈 김기훈(23)이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했다. 지난 23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실점했지만 기대했던 구위를 과시했다. 지난 2020년 10월27일(구원 3이닝 1실점) 이후 696일 만에 1군 등판이었다.
상무복무를 마치고 전역 하룻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김종국 감독은 선발 3회초 1사후 임기영이 만루위기를 만들자 김기훈을 바로 투입했다. 원래는 편안한 상황에서 연착륙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김기훈을 내세웠다. 불펜에서 그만큼 공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기훈은 첫 타자 마티니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49km짜리 직구를 맞히지 못했다. 또 6번타자 노진혁은 4구만에 150km짜리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다. 압권의 투구로 간단하게 만루위기를 삭제한 것이다. 더그아웃에서 양현종이 입이 벌어진 얼굴로 김기훈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비쳐졌다. 그만큼 대단한 투구였다.
4회는 다소 흔들렸다. 첫 타자 이명기에게 빗맞은 좌전안타를 맞았다. 윤형준은 삼진으로 잡았으나 김주원은 볼넷을 내주었고 박민우에게 또 빗맞은 안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2사후 박건우는 스크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양의지를 강력한 직구를 던져 뜬공을 잡았다.
43구 가운데 직구 26개, 체인지업(8개) 슬라이더(7개), 커브(2개)를 구사했다. 43구 가운데 스크라이크는 29구였다. 최고 구속은 150km를 찍었다. 와이든업과 슬라이드스텝으로 던질때 구속 차이가 있었지만 가장 매력포인트였던 직구의 위력이 인상적이었다.
입대전과는 확연히 다른 투구였다. 당시는 제구가 되지 않아 일부러 구속을 떨어뜨렸다. 140km대 초반까지 내려갈 정도였다. 그럼에도 밸런스가 들쑥날쑥했다. 상무 18개월 동안 꾸준한 단련으로 밸런스를 잡았고, 동시에 구속도 되찾았다.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던지며 포피치 투구를 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를 지켜봐야겠지만 내년 시즌 선발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베테랑 투수 양현종, 2년차 이의리와 외인 원투펀치 토마스 파노니, 션 놀린과 함께 초유의 '좌좌좌좌좌' 선발진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그만큼 김기훈의 구위는 희망적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