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23일 LG와의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에서 뛰었다. 이대호는 전날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은퇴 투어를 치르며 LG의 정성어린 선물과 축하를 받았다.
이대호에게 남은 경기는 이제 7경기에 불과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그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시간이다.
23일 경기에 앞서 롯데의 타격 훈련 시간. 이대호는 동료들과 배팅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대호보다 더 큰 덩치의 LG 선수가 배팅 케이지 뒤에서 이대호에게 인사했다. LG 이재원이었다. ‘잠실 빅보이’가 원조 ‘빅보이’를 찾아가 인사한 것.
그런데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대호가 타격 자세를 취하며 이재원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5분 넘게 이어졌다. 롯데 타자들의 타격 훈련 도중, LG 선수가 롯데 선수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 진기한 장면이었다.
이재원은 맞대결 경기가 있을 때면 이대호에게 자주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이재원은 “질문을 하면 선배님이 엄청 좋으셔서 대답을 많이 해주신다. 이전부터 조언 같은 것을 많이 해주시고, 상대팀과 경쟁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야구 선배님으로서 얘기해 주셔서 더 많이 물어볼 수 있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인사만 드렸는데, 선배님이 한 두 마디 해주셨다. 왜 그렇게 힘이 들어가서 치냐, 힘들이지 말고 가볍게 쳐도 된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오늘은 좀 길게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오른손 거포 타자의 공통점으로, 그동안 이대호가 이재원에게 애정어린 대화를 주고 받아온 것이다.
이날의 조언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이재원은 “어제(22일) 같은 경우에도 상대 투수가 나한테 직구는 많이 안 던지는데, 나는 힘을 잔뜩 주고 직구 타이밍을 치려고 하니까 늦는다고 하시더라. 가볍게 치는 방법을 좀 알아야 된다 하시면서 타구 방향을 언급하셨다”며 “센터쪽 방향으로 치면서 빠르면 좌중간으로 치고, 늦으면 우중간으로 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재원에게 조언을 하다가 자신의 배팅 차례가 되자, 타격을 하러 배팅케이지로 들어갔다. 이재원은 꾸벅 감사 인사를 하고서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이대호가 타격 훈련을 하는 것을 뚫어져라 지켜봤다. 이대호를 바라보는 이재원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이대호의 프리 배팅이 다 끝날 때까지 유심히 지켜본 후 돌아섰다. 이재원은 “너무 잘 치신다. 조선의 진짜 4번타자에요”라고 부러워했다.
LG 선수단은 22일 이대호의 잠실 LG전 은퇴투어 때 롤링페이퍼를 선물했다. 이재원은 “선배님 같은 빅보이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몇 년이 지난 뒤에 이재원이 이대호를 닮은 타자가 될 지 궁금하다.
한편 LG는 23일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에 이대호의 마지막 잠실구장 경기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광판에 띄워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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