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청정 타자 역대 최다 홈런에 1개만을 남겨둔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에게도 천적 투수는 있다.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우완 투수 마이클 와카(31)에게 홈런은커녕 아직 안타도 치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데뷔 후 와카와 총 18차례 맞붙었지만 15타수 무안타에 볼넷 3개만 얻었을 뿐 삼진만 10개를 당했다. 지난 1961년 양키스 로저 매리스의 청정 최다 61홈런 도전에 나선 23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전에서도 저지는 보스턴 선발 와카를 상대로 볼넷 2개를 얻었지만 삼진 1개를 당하며 첫 안타를 다음으로 미뤘다.
아무리 천적이라도 절정의 타격감인 저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와카는 1회 첫 타석에서 저지를 상대로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내보냈다. 저지의 홈런을 보기 위해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4만3123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4개의 공 모두 존을 크게 벗어났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마지막 7구째 체인지업이 원바운드돼 다시 볼넷 허용. 일부에선 와카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승부를 피했다고 비판했다. 홈런 기록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저지의 매 타석 공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MLB.com’에 따르면 와카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난 선두타자 볼넷을 좋아하지 않는다. 몸에 맞는 볼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승부를 피한 것이 아니라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와카는 1회 1번타자 저지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자 앤서니 리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제구가 흔들렸다. 3회 또 다시 볼넷을 줬지만 풀카운트 승부를 했고, 5회에는 1사 1,2루 위기에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 천적 관계를 이어갔다. 이날 와카의 성적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1사구 5탈삼진 3실점 노디시전.
보스턴은 7회 존 슈라이버가 저지에게 이날 경기 3번째 볼넷을 줬지만 9회 맷 반스가 정면 승부를 들어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5구째 한가운데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저지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지만 중견수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다.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던 관중들도 탄성을 내뱉었다. 타구 비거리는 404피트(123m)로 13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반스는 “저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믿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며 “그를 아웃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런 기록이 역사로 남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느 순간 저지가 기록을 세울 텐데 축하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양키스는 24~26일 보스턴과 3경기가 더 남아있다. 전통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저지가 대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