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34)이 흐뭇하게 아빠미소로 그를 바라봤다. 끝맺음이 다소 아쉬웠지만 150km의 돌직구로 전역 신고를 마쳤다. 단순히 한 명의 예비역 투수가 아닌, ‘리틀 양현종’으로 돌아왔다.
KIA 김기훈은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1-2로 끌려가던 3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21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고 전날(22일) 등록돼 이날 복귀전까지 마쳤다. 지난 2020년 10월27일(구원 3이닝 1실점) 이후 696일 만에 1군 복귀전이었다.
김기훈의 등판에 대해 김종국 감독은 “최대한 편하고 부담 없는 상황에 내보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 임기영이 1회 선제 실점을 한 뒤 3회 1사 만루 기회를 자초하자 KIA 벤치는 김기훈을 선택했다. 복귀전부터 험난한 상황을 맞이했다.
‘리틀 양현종’이라고 불렸던 김기훈이 상무에서 얼마나 성장해서 돌아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첫 인상은 강렬했다. 마티니, 노진혁의 NC 만만치 않은 좌타 라인업을 상대했다. 김기훈은 힘으로 윽박질렀다. 첫 타자 마티니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진 뒤 148, 149km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져 3구 삼진을 만들어냈다. 뒤이어 등장한 노진혁에게도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던졌다. 김기훈의 패스트볼에 노진혁의 배트가 따라가지 못했다. 150km의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1사만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했다.
1사 만루 위기를 인상깊게 매듭짓자 전날(22일) 선발 등판한 ‘대투수’ 양현종은 덕아웃으로 돌아온 김기훈을 말 없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아빠미소로 바라본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이 대견해 하던 3회와는 달리, 4회는 아쉬움이 남았다. 4회 선두타자 이명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윤형준은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김주원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박민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빗맞은 타구였는데 좌익수와 3루수가 모두 쫓아갈 수 없는 곳에 타구가 떨어졌다. 김기훈으로서는 다소 불운한 적시타였다. 이후 흔들릴 법 했다. 그러나 손아섭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박건우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양의지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강렬했던 3회, 다소 아쉬웠지만 불운이 따랐던 4회였다.
이날 최고 150km의 패스트볼 26개, 체인지업 8개, 슬라이더 7개, 커브 2개를 구사하면서 복귀전을 마쳤다.
지난 2019년 1차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기훈은 ‘리틀 양현종’이라고 불리면서 기대를 모았다. 데뷔 첫 해에는 19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5.56의 성적을 남겼고 군 입대 직전 시즌에는 2020년에는 22경기 승리 없이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7의 성적에 그쳤다.
이후 상무에서 기량을 가다듬었고 올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16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으로 복귀 이후를 기대케 만들었다. 기대의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 예비역에서 다시 ‘리틀 양현종’이라는 최대 유망주로 돌아올 채비를 마쳤다.
다만 김기훈이 나름대로 징검다리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팀은 2-5로 패하며 전날 9연패 탈출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6위 NC와의 승차가 다시 0.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