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구창모(25)는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그럼에도 5년 전과는 달랐던 맞대결이었다. 비록 중대 일전에서 패배는 했지만 최소한의 제 몫은 다했다. 우상 앞에서 ‘제가 이 정도로 성장했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우상이었던 양현종(34)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구창모는 2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피안타 3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팀의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팀은 5위 KIA를 맹렬히 추격하다가 1.5경기 차이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구창모로서는 1회 KIA의 집중 공략에 난타 당했다. 구창모의 공격적인 승부를 예상하고 빠른 카운트에 공략을 시도했는데 집중타로 연결됐다. 구창모는 순식간에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소크라테스에게 2타점 적시타, 박동원에게 좌전 적시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3실점 했다.
하지만 3실점을 하고 구창모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계속된 1사 1,2루 위기에서 김도영을 삼진, 류지혁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1회 대량 실점을 막았다. 이후 구창모는 안정감 넘치는 피칭을 이어갔다.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추가 진루는 허용하지 않는, 에이스다운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6회가 압권이었다. 소크라테스, 박동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김도영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의 위기. 류지혁을 상대로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보내면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의도적인 볼넷으로 풀이됐다. 누상을 꽉 채운 뒤 구창모는 마지막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김규성을 3루수 뜬공, 박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올 시즌 최다 피안타 경기였지만 어떻게든 퀄리티 스타트 피칭으로 마무리 지으며 팀에 추격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다만 타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승리가 아닌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다.
이날 구창모는 우상인 양현종 앞에서 다시 공을 던졌다. 지난 2017년 8월15일 광주에서 맞대결을 펼친 뒤 약 5년여 만이다. 당시에는 위상의 차이가 현격했다. 양현종은 이 해 20승을 향해 나아가던 에이스였고 구창모는 유망주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 결과도 당시 위상에 걸맞았다. 양현종은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구창모도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5년 뒤 맞대결에서 승패는 당시와 같았다. 하지만 양현종이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먼저 내려간 것과 달리, 구창모가 더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며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
구창모는 공공연히 양현종을 롤모델이자 우상이라고 밝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현종과도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그런 우상 앞에서 '제가 이렇게 성장했습니다'라고 보여주는 듯했다.
이러한 모습에 우상 역시 대견해 했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22일 맞대결이 끝나고 양현종은 "사실 상대 투수보다는 상대 타자를 더 많이 생각한다"라면서도 "던지고 내려와서 경기를 복기해보면 (구)창모는 너무 좋은 투수였다. 1회 3실점을 하면서도 6회까지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라고 구창모의 이날 투구 내용을 칭찬했다.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 무대에서 자신이 도맡았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후계자를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양현종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창모는 좀 멋있는 것 같다"라며 "아프지만 않다면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선수다. 항상 부상만 조심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