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앳된 모습의 3년차 마무리가 어엿한 역사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마침내 9연패를 탈출했다. KIA는 2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IA는 9연패를 탈출하며 간신히 5위를 수성했다. 바짝 추격하던 6위 NC와의 승차를 1.5경기 차이로 다시 벌렸다.
이날 KIA는 선발 양현종의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뒤 총력전을 펼쳤다. 박준표(⅔이닝 무실점), 이준영(⅓이닝 무실점), 장현식(1⅔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들은 한 구 한 구에 집중해서 NC 타자들을 잠재웠다. 그리고 8회 2사 후 마무리 정해영이 올라와 4아웃 세이브를 완성했다.
정해영의 마지막 세이브는 9연패 직전인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9연패 기간 정해영이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었다. 지난 15~16일 광주 한화 2연전에서 연투 펼친 것을 제외하면 정해영은 불펜에서 팀의 패배를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드디어 12일 만에 세이브 기회가 왔다. 2점 차의 다소 불안한 리드, NC 4번 타자 양의지부터 시작되는 타선. 정해영으로서는 9연패 탈출을 앞두고 부담백배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왔다. 아니나 다를까. 첫 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2루타성 타구를 좌익수 이창진이 단타로 막아내며 위기가 이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후 정해영은 닉 마티니와의 승부에서 패스트볼 승부로 삼진을 솎아내 위기를 극복하며 8회를 마무리 했다. 9회는 손쉽게 마무리를 지었다. 노진혁 삼진, 오영수를 포수 파울플라이, 대타 김주원을 직접 땅볼로 잡아내며 기나 긴 9연패를 직접 끊었다. 12일 만에 거둔 세이브였고 시즌 29세이브, 5번째 멀티이닝 세이브를 달성했다.
정해영은 경기 후 "기분이 좋았다. 얼마 만에 하이파이브를 하는건지 모르겠다"라면서 "10경기 만이다. 다들 얼마 만에 하는 하이파이브냐고 했다. 홀가분했다"라고 9연패를 끊으면서 얼마나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갈구했는지를 설명했다.
부담과 중압감은 얼굴에서 드러났다. 그는 새빨간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는 "너무 좋은 것 같다"라며 멋쩍게 웃은 뒤 "초구부터 전력으로 던져서 그런 것 같다. 나를 믿고 내보내주셨으니까 무조건 막는다고 생각했다. 매 경기 집중은 하는데 오늘 유독 책임감을 더 많이 느꼈고 더 집중을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정해영은 5위 사수와 팀 승리를 위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는 "오늘 경기도 불펜에 나가서 '일찍 투입될 수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차피 11경기 남았다. 앞으로도 무리가 좀 되더라도 항상 준비가 되어있고 말씀 드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느덧 시즌 29세이브를 거뒀다. 지난해는 최종 34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은 타이거즈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1998년의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울러 20세 1개월 27일로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세이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타이거즈 단일 시즌으로는 선동열(1993, 1995년), 임창용(1998년), 윤석민(2015년) 이후 역대 5번째 30세이브 기록.
하지만 선동열을 비롯한 타이거즈 전설의 투수들도 해내지 못한 기록에 이제 정해영이 도전한다. 이제 1세이브만 더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하게 된다. 타이거즈 역사상 2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정해영은 유구한 타이거즈 역사에서 그 누구도 달성 못한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