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BO리그 구원왕은 세이브 숫자로만 정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 KBO가 세이브 부문을 따로 시상하기 전까지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한 ‘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을 가렸다.
이 기준을 올해 적용하면 KT 김재윤(32)이 구원왕이 될 수도 있다. 38세이브로 이 부문 1위가 확정적인 고우석(LG)은 구원승이 2승으로 40세이브포인트가 된다. 반면 31세이브로 이 부문 2위 김재윤은 구원승만 무려 9승에 달해 40세이브포인트로 고우석과 같다.
김재윤은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9승(6패)째를 올렸다. 6-6 동점으로 맞선 10회 마운드에 올라온 김재윤은 11회 강백호의 결승 투런 홈런 포함 타선의 3득점 지원을 받아 승리 요건을 갖췄다. 11회 1점을 내주긴 했지만 팀의 9-7 승리를 이끌면서 구원승을 손에 넣었다.
이제 데뷔 첫 10승까지 1승만 남았다. KT의 잔여 시즌이 11경기 남아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30세이브 이상 거둔 투수가 10승 이상 기록한 것은 5차례 불과하다.
지난 1993년 해태 선동열(10승 31세이브)이 최초로 1997년 LG 이상훈(10승 37세이브), 1999년 두산 진필중(16승 36세이브), 삼성 임창용(13승 38세이브), 2004년 현대 조용준(10승 34세이브)이 달성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없었다.
투수 분업화가 철저하게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투수는 주로 1이닝으로 제한된다. 동점보다 이기는 상황에서 주로 등판하다 보니 구원승 기회가 많지 않다. 비단 마무리뿐만 아니라 중간투수들의 구원 10승도 갈수록 보기가 힘든 기록이 되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구원 10승도 총 11번으로 2010년 이후로는 1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17년 NC 김진성의 10승이 유일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김재윤의 구원 9승은 흔치 않은 상황으로 10승까지 거두게 되면 당분간 보기 힘든 기록이 될 수 있다.
구원승은 대개 동점 또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돼 타선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김재윤의 9승 중 7승이 동점 상황에 나와 거둔 것으로 1번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팀이 역전하면서 거둔 승리다. 나머지 1승은 지난 6일 수원 한화전 9회 1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범한 뒤 타선 도움으로 거둔 승리.
블론세이브 이후 어부지리처럼 거둔 승리가 1승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재윤의 구원 8승은 가치가 높다. 구원승 9경기 중 7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재윤이 팽팽한 동점, 접전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KT도 극적인 승리가 유독 많았다.
올해 KT는 1위 SSG(9번) 다음으로 많은 8번의 끝내기 승리를 기록했는데 그 중 7경기에서 김재윤이 구원승을 올렸다. 지난달 14일 수원 삼성전부터 16~17일 수원 키움전까지 KT가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할 때도 승리투수는 전부 다 김재윤이었다. 올해 김재윤은 블론세이브가 5개에 6패를 당했지만 동점 주자가 있는 상황에 투입돼 팀의 승리로 지킨 터프세이브가 5개로 리그 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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