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15일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3명의 대전고 선수들을 뽑아 눈길을 끌었다. 5라운드 41순위 외야수 김해찬, 6라운드 51순위 좌완 투수 한서구, 7라운드 61순위 언더핸드 투수 송성훈을 연달아 지명했다. 한화가 대전고 선수 3명을 한 해 지명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연고 지역 학교 선수라서 특별히 좋게 본 것은 아니다. 한화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고 선수들을 8명밖에 지명하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연속 한 명도 지명하지 않을 만큼 연고 지역팀이라고 특별히 배려하거나 의식하진 않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충청 지역 팜 약화로 지명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3명을 한 번에 뽑은 것도 순수하게 선수들의 실력을 본 것이다. 대전·충청 아마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김의수 감독 지휘 아래 올해 대전고는 대통령배 우승으로 28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등극했고, 한화에 지명된 3명 외에도 SSG에 2라운드 15순위로 지명된 투수 송영진, 7라운드 66순위로 키움에 뽑힌 포수 박성빈까지 5명의 선수들이 신인 드래프트에 이름이 불렸다. 휘문고, 경남고와 함께 전국에서 최다 지명자를 배출했다.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 파트장은 “올해 대전고 성적도 좋았지만 그보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봤다. 선수마다 어느 정도 순번일지 예상을 하고 계획을 세워놓는데 (대전고 3명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밀렸다”면서 “(연고 지역팀이라) 의식했으면 그렇게 달아서 지명 못한다”고 밝혔다.
5라운드 김해찬은 한화에 부족한 우타 거포형 외야수. 정 파트장은 “더 빨리 지명돼야 할 선수였다. 박한결(경북고·NC 2라운드 14순위)과 함께 중장거리를 칠 수 있는 우타 외야수 자원 중에서 두 번째 정도 된다. 우리 팀에 필요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찬은 올해 24경기에서 타율 3할5푼8리(95타수 34안타) 4홈런 26타점으로 2루타 8개 포함 장타율 .568을 기록했다. 1학년 때부터 4번타자로 나설 만큼 거포 자질을 보여줬다.
6라운드 한서구는 고교 통산 14경기 27⅓이닝으로 표본이 적지만 지속 관찰 후 지명한 케이스. 정 파트장은 “장래성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아파서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왼손이 필요한 팀 상황과 앞으로 포텐의 크기가 가장 큰 선수라고 생각해서 욕심을 냈다”고 밝혔다. 당초 하위 라운드를 생각했지만 대통령배에서 4경기 8⅓이닝 평균자책점 2.16으로 호투하며 주가를 높이자 5라운드에서 선택했다.
7라운드 송성훈은 언더핸드 투수로 올해 18경기(62⅓이닝) 7승2패 평균자책점 1.45로 활약했다. 정 파트장은 “대전고 에이스 송영진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와 에이스에 가깝게 던졌다. 구속은 빠르지 않아도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길어 신체적인 성장이 더 있을 것 같다. (2021~2002년 지명한 잠수함) 조은, 이재민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리 팀에 공 빠른 투수들이 많아졌는데 송성훈처럼 공의 변화가 많은 투수가 (다양성 측면에서)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정석을 다소 벗어난 지명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1순위로 최대어 투수 김서현(서울고)을 선점한 뒤 2~3라운드 각각 11·21순위로 내야수(북일고 문현빈, 장충고 이민준) 자원을 연이어 뽑았다. 3연속 대전고 선수 지명도 그런 ‘소신픽’ 과정에서 나왔다. 정 파트장은 “항상 좋은 투수만 뽑을 순 없다. 내년과 내후년까지 (선수 풀을) 생각해서 팀에 맞는 선수를 뽑는 게 필요하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왜 우리가 이렇게 뽑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