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결국 3년 연속 10위 자리를 확정했다. 구단 통산 9번째 꼴찌로 롯데와 이 부문 최다 팀이 되는 불명예를 썼다.
한화는 지난 22일 문학 SSG전에서 1-10으로 패했다. 7회까지 1-1 팽팽한 승부였지만 8회에만 대거 9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8회 구원으로 나온 장시환이 ⅔이닝 3실점 패전을 당하면서 지난 2020년 9월27일 대전 NC전부터 이어온 개인 연패가 ’18’로 늘어났다. 심수창과 역대 최다 18연패 타이 기록.
이날 패배로 10위 한화는 43승88패2무(승률 .328)가 됐다. 같은 날 고척 키움전을 5-2로 승리한 9위 두산(55승73패2무 승률 .430)과 격차가 13.5경기로 더 벌어졌다. 이에 따라 남은 시즌 결과와 관계없이 한화의 10위가 최종 확정됐다.
한화가 잔여 시즌 11경기를 다 이겨도 54승88패2무(승률. 380)로 남은 14경기를 전패할 경우 9위 두산(55승87패2무 승률 .387)에 뒤진다. 사실상 확정된 10위 자리였지만 장시환의 개인 18연패와 맞물리면서 여러모로 우울한 하루가 되고 말았다.
3년 연속 10위는 지난 2015~2017년 KT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 KT는 1군에 처음 올라온 신생팀이었지만 한화는 올해로 창단 37년째를 맞이한 역사가 있는 팀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 있는 결과다.
안타깝게도 올해도 예견된 꼴찌였다. 지난 2020년 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 충격 속에 10위로 추락하며 최악의 해를 보낸 한화는 뼈를 깎는 쇄신을 선언했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완전한 리빌딩에 나섰다.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49승83패2무(승률 .371)로 10위에 그치며 2년 연속 꼴찌는 피하지 못했지만 리빌딩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기는 야구를 선언한 올해 성적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겨우내 기대했던 외부 FA 영입이 이뤄지지 않아 맨땅에 헤딩 시즌2가 시작됐다. 설상가상 4월 중순부터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부상으로 동반 이탈한 뒤 두 달 가까이 국내 투수들로만 버티는 고난의 행군을 벌였다.
야수들의 성장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타 모두 무너졌다. 팀의 강점이었던 불펜마저 리그 최다 42번의 역전패로 흔들렸다. 1점차 패배 20번, 2점차 패배 20번으로 아깝게 진 경기들이 유독 많았다. 4월 개막 6연패로 시작해 5월 9연패, 6월 10연패, 7월 6연패, 8월 6연패로 긴 연패를 반복했다. 6월10일 이후로 10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한화는 구단 역대 9번째 꼴찌로 시즌을 마쳤다. 전신 빙그레 창단 첫 해였던 1986년 6위 꼴찌로 시작한 한화는 2009~2010년 2년 연속 8위로 암흑기가 시작됐다. 2012년 8위에 이어 2013~2014년에는 신생팀 NC에도 밀려 9위로 3년 연속 꼴찌를 도맡았다. 2017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이어지다 2018년 3위로 암흑기를 끊는가 싶었지만 2019년 9위로 다시 떨어진 뒤 3년 연속 10위까지 떨어졌다. 길고 긴 암흑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써 한화는 롯데와 함께 KBO리그 역대 최다 꼴찌 팀이 되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2001~2004년 역대 최장 4년 연속 포함 총 9번의 최저 승률 시즌을 보냈다. 야구에서 꼴찌의 대명사 같은 팀이었지만, 이제 한화가 그 아성을 넘본다. 오히려 요즘 팬들에겐 롯데보다 더 꼴찌 이미지가 강하다. 안타깝지만 슬픈 현실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한화에도 희망은 있다. 2020년 꼴찌의 대가로 얻은 전국 1차 지명을 통해 올해 신인 투수 최대어 문동주가 왔다. 문동주는 지난 21일 대전 롯데전에서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리며 5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잠재력을 뽐냈다. 2021년 꼴찌의 보상으로 얻은 2023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또 한 명의 투수 최대어 김서현(서울고)을 뽑았다. 올해 꼴찌로 2024년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3년 연속 최고 유망주를 얻어 미래 기둥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고통스런 리빌딩 과정 속에서 기존 선수들도 조금씩 계속 성장 중이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 팀은 작년보다 분명히 성장했다. 우리가 이기는 상황은 물론 점수 차이가 적을 때도 상대 팀들이 많이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질 때도 일방적으로 지는 경기가 많이 없어졌다. 끝까지 싸우면서 승부를 하고 있다. 느리지만 팀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내년 시즌 도약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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