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우완 투수 트리스턴 맥켄지(25)는 196cm 큰 키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74kg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말라깽이 체형으로 프로 입단 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살이 붙지 않는다. 깡마른 몸에도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올해 드디어 맥켄지의 잠재력이 터졌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8이닝 동안 딱 100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3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의 8-2 완승을 이끌었다.
이 승리로 3연승을 거둔 클리블랜드는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2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격차를 5.5경기로 벌렸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지구 우승이 유력한데 그 중심에 셰인 비버, 칼 콴트릴과 함께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맥켄지가 있다.
맥켄지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04 탈삼진 180개 WHIP 0.96으로 호성적을 내고 있다. AL WHIP 3위, 이닝 5위, 평균자책점·탈삼진 8위로 리그 톱텐 수준의 투수로 올라섰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평균 92.5마일(148.9km) 포심 패스트볼에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는 맥켄지는 약점이던 커맨드도 잡았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4.35개에서 올해 2.15개로 크게 줄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늘고, 이닝당 투구수가 줄어들면서 효율적인 투구로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나고 있다.
지난 201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출신 맥켄지는 2020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2018년 팔꿈치, 2019년 등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지면서 마른 체형에 의한 내구성이 우려됐다. 지난해 25경기 120이닝을 던졌지만 시즌 막판 어깨 피로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 가지 않고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전반기(7승6패 3.20)보다 후반기(4승5패 2.85) 성적이 갈수록 좋다. 지난달 20일 화이트삭스전 개인 최다 14탈삼진에 이어 이날 13탈삼진까지 위력을 더해간다. 볼넷 없이 삼진 10개 이상 잡은 경기도 3번째로 2017년 AL 사이영상 수상자였던 코리 클루버(탬파베이)의 구단 기록과 타이가 됐다.
MLB.com은 ‘클리블랜드는 맥켄지가 이 정도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18~2019년 마이너리그에서 부상과 싸울 때 그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과정이 지체되긴 했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맥켄지에 대해 “특별하다. 볼넷 없이 삼진 13개를 잡았다. 구위가 살아있는 채로 존에 들어왔고, 볼 회전도 좋았다.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