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31)이 활짝 웃었다. 비록 자신의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팀은 이겼다. 그리고 자신의 호투가 생일을 맞이한 아내에게 선물도 됐다.
지난해 5월 28일. 박종훈은 대전 원정길에 올랐다. 상대는 자신이 가장 자신감을 갖고 있던 한화 이글스. 2017년부터 한 번도 패전을 안은 적이 없는 팀이다. 박종훈은 '한화 천적'이다. 그런데 그날만 생각하면 박종훈은 씁쓸하다.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트레이닝 파트는 깜짝 놀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 있는 박종훈에게 달려갔다. 박종훈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추가 검진을 받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약 1년이라는 시간을 재활하면서 보냈다. 이른 아침을 강화도에서 맞이했다. 집에서 '출퇴근'을 하지 않고, SSG 퓨처스 팀 2군 경기장 내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박종훈 아내의 배려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편' 박종훈이 건강하게 '선수'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줬다.
박종훈은 약 1년 동안 비슷한 날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동료 투수 문승원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몸을 회복시켰고, 올해 후반기에 돌아왔다.
올 시즌 복귀전은 지난 7월 31일 광주 KIA 원정이었다. 당시 박종훈은 3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길게 던지지 못했다.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지 점검 무대였다.
이후 8월 6일 삼성전, 13일 두산전, 20일 키움전, 26일 KT전을 치렀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복귀 초반에는 결과보다 몸 상태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투구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승리에 대한 책임감이 점차 커졌다. 부담이 됐고, 스트레스였다.
지난 1일 NC전(4⅔이닝 3실점), 10일 한화전(5⅓이닝 5실점)까지 고전했다. 지난해 마지막 등판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난 한화 상대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종훈 본인은 한화전 실점보다 5⅓이닝 투구가 반등 포인트가 됐다. 지난 16일 창원 NC 원정에서 박종훈은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한화전 투구로 감각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날(22일) 박종훈이 또 활짝 웃었다. 이번에는 '한화 천적' 명성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그가 기뻐한 이유는 자신의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아내에게 생일 선물을, 팀에는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7이닝 동안 5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팀은 10-1 승리를 거뒀다.
박종훈은 “오늘은 한화전보다는 지금 당장은 순위가 중요하니까 그것만 생각했다. 상대 선발투수보다 더 던져야 겠다. 이런 생각만 했다. 오늘 지면 집에도 못 갈 뻔했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박종훈은 “아내가 오늘 생일이다. 나 때문에 어제까지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해줘도 되니 꼭 이기고 오라’고 해줬다. 아직 생일 축하한다고 제대로 말 못하고, 제대로 된 선물도 못해줬다. 승리투수가 되어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팀 승리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 덕분에 오늘 좋은 경기할 수 있었고,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복귀 후 처음으로 무사사구 투구를 한 박종훈은 "오늘은 2볼이 돼도 볼카운트를 신경쓰기보다 '타자를 어떻게 잡을까’ 생각만 하고 던졌다”며 “이제는 못 던지면 안 된다. 잘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내가 승리를 챙기지 못 해도 경기에서 이기는 게 첫 번째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내에게 승리 소식도 전하고, 1위를 지켜야 하는 팀을 위한 책임감도 보여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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