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그리고 그를 우상으로 여겼던 소년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만났다. 1864일 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22~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KIA와 NC의 사실상 준와일드카드 결정전 3경기. 이 3연전 맞대결에서 5위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일단 첫 경기가 중요하다. 9연패에 빠진 KIA가 일단 연패 탈출에 성공할 경우 5위 수성에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후 부담을 털고 다시 정상적인 페이스가 나올 수 있다. NC 역시 첫 경기를 내주면 이후 2경기를 모두 이겨야 순위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첫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다. 대신 첫 경기를 잡으면 반대로 유리한 고지는 NC가 점하게 된다.
양 팀의 시리즈 첫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좌완 에이스들이 맞붙는다. KIA는 양현종, NC는 구창모가 1차전 중책을 맡게 됐다. 양현종은 올 시즌 28경기 11승7패 평균자책점 3.92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화전(6이닝 3실점) 이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두산전 6이닝 4실점, 16일 한화전 6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모두 부진했다.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니다. 올해 NC를 상대로도 1경기 등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경기에서 7이닝을 버텼지만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9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양현종의 상대인 구창모는 지난 1년의 공백을 뒤로한 채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다. 16경기 9승4패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 중이다. 8월 초, 피로 증세로 잠시 휴식을 취했고 5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10(30이닝 7자책점)을 기록했다. 올해 KIA를 상대로는 2경기 등판했고 1승 평균자책점 0,79(11⅓이닝 1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다.
무엇보다 구창모는 양현종을 우상으로 삼으며 성장해 왔다. 구창모는 공공연히 “양현종 선배님이 롤모델”이라고 말했고 이후 양현종도 구창모를 챙겼다. 구창모가 다가가기 어려웠던 대선배였지만 이후 친해지면서 SNS 메신저로 서스럼없이 연락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운명의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맞대결은 한 차례 있었다. 지난 2017년 8월15일 광주 경기에서 붙었다. 당시 양현종은 리그를 호령하던 ‘대투수’의 위엄이 절정이었을 때다. 구창모는 여전히 유망주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양현종의 승리로 마무리 된 맞대결이었다. 당시 양현종은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구창모도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으로 최소한의 몫은 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1847일 만에 재대결이다.
그러나 이제 팀 내에서나, 리그에서의 위상은 구창모가 양현종에게 맞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구창모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지만 점점 성장해서 리그 우승을 이끈 에이스로 성장했다. 오히려 양현종의 위상과 구위가 이전과 같지 않다. 물론 경험과 관록은 양현종이 앞선다.
이제는 승부를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는 매치업이 됐다. 우상과 소년의 격돌, 과연 누가 팀을 승리의 미소로 물들게 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