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도 못하면 신인 취급→혹독한 특훈 돌입…이래서 포수왕국이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9.22 14: 36

프로 10년차 포수도 기량이 부족하면 가차 없이 신인 취급한다. 그리고 배터리코치와 함께 곧바로 혹독한 특별훈련에 돌입한다. 포수왕국 두산이 끊임없이 걸출한 안방마님을 배출하는 비결이다.
최근 6경기 타율 5할(14타수 7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두산 백업포수 장승현. 지난 21일 잠실 NC전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그의 반등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장승현은 90년대 태평양, 현대에서 포수로 뛴 장광호 덕적고 감독의 아들로, 제물포고를 나와 2013 두산 4라운드 36순위로 프로선수가 됐다. 입단 당시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1군 데뷔도 하기 전에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며 기량을 빠르게 끌어올린 결과였다.

두산 장승현 / OSEN DB

2018년 프로 데뷔 이후에는 양의지, 박세혁을 뒷받침하는 제3의 포수를 담당했다. 그러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1군과 2군을 자주 오갔고, 양의지가 떠난 뒤 제2의 포수로 승격됐지만 기량 부족으로 박세혁의 체력 안배를 돕지 못했다. 급기야 프로 10년차인 올해 시즌 도중 백업 자리를 KT에서 방출된 안승한에게 내주기까지 했다.
방황을 거듭하던 장승현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비결은 포수왕국 수장인 김태형 감독의 남다른 조련법이었다. 온순한 성격의 백업 포수에게 많은 훈련량을 부여하며 실력 향상을 이끌어냈다.
두산 장승현(좌)과 김태형 감독 / OSEN DB
김 감독은 “장승현의 경우 갖고 있는 능력이 좋다. 박세혁 다음을 맡아야할 선수”라며 “그런데 독기가 없고 순하다. 예전에 박세혁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장)승현이가 세혁이가 돌아올 때까지 빈자리를 지키겠다고 인터뷰를 하더라. 프로라면 그 자리를 어떻게든 차지할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사령탑은 결국 혹독한 훈련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조경택 배터리코치에게 장승현을 나이와 관계없이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라고 주문했다”라며 “조 코치와 훈련량을 많이 가져간 결과 공격과 수비가 모두 좋아졌다”라고 흡족해했다.
포수왕국의 잣대는 백업은 물론이고 주전에게도 엄격하다. 올 시즌 두산 경기를 보면 박세혁이 경기 도중 체력 안배가 아닌 투수 리드 문제로 교체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20일 경기서도 박세혁을 일찍 바꾼 김 감독은 “곽빈과 호흡이 맞지 않아 교체했다. 빨리 타자들과 승부를 봐야하는데 오만 구종을 다 쓰더라”라고 냉정한 시선을 보였다.
포수 출신 감독의 포수를 향한 엄격한 기준. 그것이 바로 두산을 포수왕국으로 만든 비결이었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