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사령탑의 당부, 왜 "이기적으로 생각하라"라고 했을까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09.22 11: 46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최근 “불펜투수들이 만루 위기 올라가면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얘기했을까.
SSG는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16차전에서 3-4 역전패를 당했다.
선제점은 SSG 몫이었다. 4회까지 0-0 팽팽한 선발 싸움이 이어졌고, 5회말 1사 2, 3루 찬스에서 라가레스의 희생플라이, 최지훈의 적시타가 나왔다.

SSG 선수단. / OSEN DB

2점 차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7회초 동점을 허용했다. 선발 오원석이 첫 타자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줬다. 구원 등판한 노경은이 황재균을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았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후 노경은이 오윤석에게 볼넷을 내주고 심우준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만루 위기에서 SSG 벤치는 다시 투수를 교체했다. 좌완 김택형이 올라갔다.
팀의 리드도 지켜야 하고, 만루 위기를 넘겨야 한다.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 김택형은 조용호를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고, 홈으로 뛰던 3루 주자 황재균을 1루수 최주환이 막았다. 그러나 강백호에게 중견수 쪽 2타점 동점 적시타를 헌납했다.
SSG는 7회말 박성한의 3루타와 라가레스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리드를 찾았다. 9회초 다시 위기가 왔다. 최민준이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고 고효준이 구원 등판했다. 고효준의 첫 상대는 조용호.
고효준의 4구째, 조용호가 보내기 번트를 했다. 이때 고효준이 번트 타구를 잡으로 뛰어가다가 실책을 저질렀다. 그사이 3루 주자 권동진은 홈을 통과했다. 이후 강백호의 2루수 쪽 땅볼에 1루 송구, 포구가 흔들렸다. 타자 주자 강백호는 간신히 잡았지만, 3루 주자 심우준의 홈 돌파까지는 막지 못했다.
고효준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사 1, 3루에서 1점도 안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상대는 번트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는 포구 실책에 실점을 막지 못했지만 어려운 승부였다.
그럼에도 위기에서 실점 없이 극복하는 장면을 계속 볼 수 없었다. 7회에는 김택형이, 9회에는 고효준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이기적으로 생각하라”라는 김 감독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만루 위기 또는 1, 3루 위기. 김택형과 고효준은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1점도 내주지 않으려는 그들의 마음은 크다. 앞선 동료 투수가 쌓아둔 누상의 주자들이 한 명도 홈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구원 등판한다.
하지만 구원 등판한 투수들이 실점을 해도, 그 몫은 앞선 투수의 것이다. 일(?)을 벌려 놓은 게 구원 등판한 투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상의 주자를 자꾸 신경 쓰면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없다. 그래서 김 감독도 되도록 편하게 생각하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면 복잡해지게 된다.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가면 이기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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