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타율을 보자. 한참 뒤에서 찾아야 한다. 규정 타석을 채운 47명 중 하위권이다. 겨우 0.267로 34위다. 그러나 오해다. 이렇게 정렬하면 진가를 모른다. 다른 항목으로 소팅(sorting) 해야 한다.
일단 홈런이 2등이다. 25개로 피넬라와 같다. 1위 박병호와는 8개 차이다. 잠실 구장을 쓰는 타자 치고는 가장 많다. 결정력 또한 장점이다. 타점 84개로 공동 9위다. 득점권 타율 역시 0.325로 9위다. 결승타는 10개로 공동 7위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역시 상위권이다. 5.84로 전체 7위다. 수비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특히 건강함은 발군이다. 딱 1경기 결근하고, 1059이닝이나 소화했다. 활동량 많은 내야수 중에는 두번째다(박성한 1078이닝). 이것도 5게임 더 남았으니, 역전은 시간 문제다.
20~21일 광주 2연전은 그의 진면목이 확인된 무대다. 홈 팀의 내야가 비틀거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탄탄한 방어막으로 수비 라인을 지켜냈다. 타석에서는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했다. 어제(21일) 3루타와 홈런으로 4타점을 쓸어담았다. 공교롭게도 상대 수비 미스를 응징하는 결정타였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7회 네번째 타석이다. 7-0으로 승부는 기울었다. 중계석에서는 관심거리를 제공한다. SBS Sports 팀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캐스터(정우영) : 사이클링 히트에 기회가 있는 오지환 선수, 3루타가 먼저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홈런도 나오고.
해설(이순철) : 충분히 기대를 해도 되는 상황이죠. 분위기도 그렇고.
(중략 – 카운트 2-2에서 6구째 공을 그냥 보냈다.)
이 : 스코어도 여유가 있으니까, 비슷하면 타격을 해야 되는 오지환 선수죠. 볼넷을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정 : ㅎㅎㅎ. (잠시 후 7구째 유인구를 또 한번 참아낸다.) 볼넷으로 1루에. 오늘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는 이제 실질적으로 어렵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주자로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올시즌 뛰어난 활약이다. 거기에 비해 평가는 아직 충분치 않다. 이제까지 논의는 골든글러브 후보 정도다. 물론 가볍지 않다. 큰 영예가 걸린 상이다. 경쟁자 박성한도 대단하다. 팀의 선두 질주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조금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본다.
주장으로, 유격수로, 또 클린업 트리오로. 손색없는 실적을 남기고 있다. 20-20이라는 기록도 가졌다. 이 정도면 리그 톱 클래스를 따질 일이다. 류지현 감독이 ‘수퍼스타’라고 극찬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는 MVP를 최우수선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취지가 조금 다르다. Most Valuable Player. ‘가치’라는 기준이 설정됐다. 메마른 숫자가 결정하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핀다. 스토리라는 정서적 관점도 작용한다. 인간의 판단, 투표가 필요한 이유다.
‘가치 있는 선수.’ 그래서 그에게 어울리는 수식일 지 모른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