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감독 경질과 함께 꼴찌를 전전하던 NC 다이노스가 3달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팀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차근차근 승수를 쌓으며 5위 KIA와의 승차를 어느덧 0.5경기까지 좁힌 공룡 군단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달 전 NC는 포스트시즌과 가장 거리가 먼 팀이었다.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2020년 통합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이 전격 경질됐고, 주축 선수들의 징계와 리빌딩 과정에서 겪는 각종 시행착오로 6월 9일 창원 SSG전까지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NC에게 순위싸움, 가을야구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6월 10일 대구 삼성전 승리로 탈꼴찌에 성공한 NC는 차근차근 승수를 쌓더니 단숨에 5위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9월 9일 6위 도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5위 추격에 나섰고, KIA의 부진이 겹치며 5위와의 승차를 1.5경기까지 좁혔다. 강인권 감독대행의 지휘 아래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고, 주축 선수들의 복귀와 신예들의 성장이 맞물리며 이 같은 기적의 순위 상승이 이뤄졌다.
NC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근 기세를 그대로 이었다. 선발 송명기가 5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7패)째를 챙겼고, 원종현-김시훈-임정호-이용찬이 릴레이 무실점 호투로 5-1 승리를 완성지었다. 타선에서는 손아섭, 양의지, 서호철 등 해결사들이 멀티히트로 공격을 이끌었다.
NC는 운 좋게도 같은 시간 광주에서 열린 KIA-LG전에서 KIA가 LG에 패하며 5위 KIA를 0.5경기 차 턱밑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NC가 KIA보다 3경기를 덜 치렀기에 이제 자력으로 2년만의 가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도 NC는 22~24일 홈에서 열리는 KIA와의 3연전을 앞두고 있다. 5위와 6위의 승차가 반 경기로 줄어들면서 주말 3경기가 이른바 5위 자리의 주인을 결정할 운명의 3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랑이를 코앞에 둔 NC의 각오는 비장하다. 이왕 여기까지 올란온 거 포스트시즌행 마지막 티켓을 무조건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강인권 감독대행은 “최선을 다해서 한 번 해보겠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다”라고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양의지는 동료들에게 순위싸움 노하우를 전수하며 선수단 결집을 도모했다. 그는 “순위를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것만 생각하면서 승수를 쌓으면 끝날 때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라며 “과거 두산 시절 단독 1위도 해봤지만 끝날 때까지 계속 열심히 하다 보니 많은 승수가 쌓이고 좋은 성적이 났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어린 선수들이 시즌 초반 꼴찌에서 실패를 겪었는데 이제 자신감을 되찾고 그라운드에서 자기 플레이를 과감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가을야구까지 간다면 경험이 쌓여 내년에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부담 갖지 말고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러면 결국 좋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덧붙였다.
NC는 22일 KIA 3연전 첫 경기에 앞서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친 내야수 박민우까지 1군에 콜업할 예정이다. 호랑이 사냥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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