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이인복(31)이 ‘괴물 신인’ 문동주(19·한화)와 명품 투수전을 연출했다. 최고 143km 투심 패스트볼로 156km를 던진 문동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이인복은 2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롯데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7월6일 문학 SSG전 이후 77일, 7경기 만에 시즌 9승(9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3점대(3.98)로 낮췄다. 데뷔 첫 10승에도 1승만을 남겨놓았다.
한화 타선에서 7명의 좌타자들을 라인업에 배치했지만 이인복에게 통하지 않았다. 2회 마이크 터크먼에게 맞은 안타가 5회까지 유일한 출루 허용. 6회 선두 유상빈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노수광에게 주무기 투심을 던져 2루 땅볼을 유도, 4-6-3 병살타로 연결했다.
이어 정은원과 이성곤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2루로 유일한 득점권 위기를 맞이했다. 한화 간판 타자 노시환을 상대로 부담스런 상황에 몰렸지만 이번에도 결정구로 몸쪽 낮은 투심을 던져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6회까지 총 투구수 81개로 투심 패스트볼(26개)을 비롯해 슬라이더(24개), 포크볼(18개), 커브(13개)를 섞어 던졌다. 투심 비율이 평소보다 낮았지만 결정구로 적극 활용하며 병살 1개 포함 8개의 내야 땅볼 아웃을 유도했다.
한화 선발 문동주도 최고 156km, 평균 152km 직구로 파이어볼러의 힘을 보여줬다. 직구 타이밍에 들어오는 낙차 큰 커브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롯데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며 5회까지 이인복과 투수전을 벌였다. 1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이대호를 병살로 유도하며 아웃카운트 2개와 1실점을 맞바꿨다. 그 점수가 결승점이 되면서 문동주는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 후 이인복은 “2군에 내려가서 첫 경기를 할 때 문동주와 선발 대결을 했다. 그때 문동주가 던지는 것을 봤는데 어린 나이에 좋은 구위와 구속을 갖고 있더라. 안타를 많이 맞아도 볼넷이 줄어 존 안에만 던지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퓨처스리그에서 준비하던 문동주를 떠올렸다.
지난달 31일 서산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로 당시 문동주는 2⅔이닝 7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허리 통증으로 1군에 잠시 빠졌던 이인복은 당시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로부터 3주의 시간이 흘러 1군에서 재대결했다. 이인복은 “우연찮게 오늘도 선발 대결을 했는데 (문동주가)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나도 거기에 힘입어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인복도 연세대 시절 150km 강속구를 던진 투수. 2014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롯데에 상위 지명됐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제대 후 포심을 버리고 투심 비중을 높여 투구 유형에 변화를 줬고, 2020년부터 불펜으로 1군에 자리잡았다. 올해는 4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와 계산이 서는 투수로 안착했다.
“제 먹고 살 길을 찾으려 투심을 던진다”는 이인복은 “전반기 8승을 하면서 10승을 기대했다. 다치지만 말자고 했는데 부상을 당해 아쉬웠다. 남은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10승 의지를 드러냈다. 잔여 시즌 9경기가 남은 롯데는 일정이 띄엄띄엄 편성돼 있다. 휴식일이 많아 이인복의 선발등판 기회는 많아야 한두 번이 될 듯.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다음 등판에 이인복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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