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가 마침내 60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동시에 아메리칸리그(AL) 타율 1위에 등극했다. 지금까지 60홈런 시즌을 보낸 타자 중 타율 1위까지 거머쥔 선수는 없었다.
저지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시즌 6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단일 시즌 60홈런은 메이저리그 역대 9번째로 선수로는 저지가 6번째.
배리 본즈(1회), 마크 맥과이어(2회), 새미 소사(3회) 등 금지 약물 시대의 60홈런 타자들을 제외한 ‘청정’ 타자 중에선 1927년 베이브 루스(60개), 1961년 로저 매리스(61개)에 이어 저지가 3번째다. 양키스가 잔여 시즌 15경기를 남긴 상황이라 저지는 매리스를 넘어 청정 타자로는 최다 홈런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홈런만 1위가 아니다. 529타수 167안타로 타율 3할1푼6리를 마크한 저지는 잰더 보가츠(보스턴·.315), 루이스 아라에즈(미네소타·.314)를 제치고 이 부문 AL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AL 타율 1위는 아라에즈가 맡아왔다. 베네수엘라 출신 좌타 내야수로 지난 2019년 데뷔 후 올해 4년차가 된 아라에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379경기에서 홈런이 14개이지만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 중인 ‘똑딱이’ 유형. 올해도 홈런은 8개로 많지 않지만 47볼넷 42삼진으로 극강의 ‘볼삼비’와 함께 3할대 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아라에즈는 전반기(.338)에 비해 후반기(.277) 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60홈런 타자 저지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저지는 전반기(.284)보다 후반기(.374) 타율이 1할 가까이 높다.
저지는 128타점으로 이 부문도 홈런과 함께 AL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타율 1위까지 차지하면 타격 주요 3개 부문 1위 ‘트리플 크라운’도 가능하다. 1901년 현대 야구 이후 메이저리그 타격 트리플 크라운은 10명의 선수들이 총 22번밖에 달성하지 못한 위업.
가장 최근 달성자는 2012년 AL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겔 카브레라(타율 .330 44홈런 139타점). 양키스 선수로는 1956년 미키 맨틀(타율 .353 52홈런 130타점) 이후 66년 만에 도전이다. 무엇보다 앞서 5명의 타자들이 모두 8번의 60홈런 시즌을 보냈지만 타율 1위까지는 차지하진 못했다. 저지가 최초 도전에 나섰다.
연일 뜨거운 저지이지만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저지가 60홈런을 기록한 이날,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분위기를 띄운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60홈런을 쳤는데 저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다.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마음가짐이다”고 저지의 남다른 멘탈을 칭찬했다.
저지는 “홈런 기록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루스, 매리스, 맨틀 같은 위대한 양키스 선수들이 엄청난 일을 많이 해냈다. 어릴 때 그들과 같은 언급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영광이고, 가볍게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경기가 더 남아있고 계속 이기고 싶다. 매일 경기장에서 준비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