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한 해 외국인 투수가 4명이나 거쳐갔는데 전부 다 부상을 입었다. 한화 마운드는 그야말로 ‘강제 리빌딩’이다.
한화는 올해 외국인 투수를 우완 닉 킹험과 좌완 라이언 카펜터로 시작했다. 지난해 킹험은 한화에서 10승 이상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19)을 기록했고, 카펜터는 31경기에서 팀 내 최다 170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 임무를 수행했다. 두 선수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고, 검증된 외인 원투펀치로 선발진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4월16~17일 대전 LG전을 끝으로 킹험과 카펜터는 각각 상완근과 팔꿈치를 다쳤다. 나란히 3경기 만에 전열 이탈했다. 금방 돌아올 것이라던 두 선수의 복귀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킹험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카펜터도 5월25일 복귀전 이후 통증이 재발했다.
두 투수 모두 복귀 기약이 없자 한화는 부랴부랴 대체 선수를 찾았다. 6월 초중순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를 차례로 영입했다. 6월21일 먼저 데뷔한 라미레즈는 첫 7경기 1점대(1.41) 평균자책점으로 빠르게 연착륙했다. 7월3일 첫선을 보인 페냐도 8월20일부터 9월14일까지 5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1.88 호투하며 갈수록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점차 구속이 조금씩 하락하더니 마지막 6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8.00으로 무너졌다. 지난 16일 훈련 중 어깨 불편함을 느낀 뒤 오른쪽 견관절 부위 염증이 발견됐다. 1~2주 휴식 소견을 받았지만 다시 몸 만드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남은 시즌 복귀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
설상가상 페냐마저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6회 안치홍의 강습 타구에 안면을 맞는 불운을 겪었다. 코뼈 단순 골절로 큰 부상은 피했지만 코뼈 수술을 받아야 해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외국인 투수 4명이 전부 다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발생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난감하다.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 부재 속에 골머리를 앓은 수베로 감독은 “갑작스런 부상이나 건강 문제는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페냐 자리에는 한승주가 들어간다. 박윤철, 김기중 등 젊은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화위복이 되길 바랄 뿐이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로써 올해 한화는 외국인 투수들이 총 33경기 선발등판에 그쳤다. 페냐와 라미레즈가 13경기씩 나서 각각 67⅔이닝, 65⅓이닝을 던졌다. 카펜터와 킹험은 각각 4경기 18이닝, 3경기 16⅓이닝이 전부. 4명 다 합쳐 167⅓이닝으로 롯데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180⅓이닝) 혼자 던진 것보다 적다.
3년 연속 10위가 확정적이라 당장 성적에 미칠 문제는 크지 않다. 다만 페냐와 라미레즈 모두 평가할 만한 기간이 2~3개월로 길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둘 다 크게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니라 내년 시즌 재계약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라미레즈는 2승6패 평균자책점 4.13, 페냐는 5승4패 평균자책점 3.72.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라미레즈보다 페냐다. 한국에 올 때부터 조금 더 ‘급’이 높은 선수로 평가된 페냐가 갈수록 좋은 투구를 보였다. 이번 부상도 공을 던지는 몸의 문제가 아닌 불의의 사고여서 내년 시즌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시즌 후 외국인 투수 시장 상황도 봐야 하고,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두 선수 모두 내년에도 한화에서 뛰고 싶다는 희망을 보였다. 반면 수베로 감독은 두 투수의 재계약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 지금 확답하기 애매하다. 상황을 보면서 평가할 게 많을 것이다”며 “건강한 라미레즈는 흥미로운 투수이고, 페냐는 시작이 미약했지만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는 말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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