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구에 손가락을…” 생생한 피해 증언, 7년 전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9.22 05: 31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영하(두산)는 실제로 후배의 손가락을 위험한 도구에 넣도록 강요했을까. 아니면 이는 피해자 기억의 왜곡일까.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오전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영하는 오전 10시경 변호인인 법무법인 지암의 김선웅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했다. 이후 법원 정문 앞에서 진행된 약식 인터뷰에서 “재판 과정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짧은 코멘트를 남기고 법정 안으로 향했다.

첫 공판에 참석한 이영하 / backlight@osen.co.kr

검찰에 따르면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야구부 동기였던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지난 2015년 3월 야구부 1년 후배이자 피해자 A씨에게 위험한 도구(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체육관 입구에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고, 대만 전지훈련 당시 한 호텔에서 A씨의 방을 찾아 라면을 내놓으라고 욕설을 하며 A씨와 동급생 투수 7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영하 측 김선웅 변호사는 법정에서 “그러한 사실이 없었습니다”라고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리고 곧이어 증거자료로 선린인터넷고 야간 경비원의 사실 확인서와, 피해자들과 피고인이 주고받은 메신저(카카오톡) 내용을 제출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선웅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혐의에 대해) 개별적으로 다 소명할 수 있고, 증거도 몇 가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향후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우리가 필요한 증인을 신청해 반증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소 사실을 보면 이영하가 2015년 위험한 도구에 피해자의 손가락을 강제로 집어넣게 하고, 피해자의 방을 찾아 라면을 갈취하고자 욕설을 했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한 내용이 진술돼 있다.
두산 이영하 / OSEN DB
이영하 측은 계속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선웅 변호사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딱히 없다. 여기에 진술 또한 피해자가 요청을 해서 받은 부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반대 자료가 있다. 반증할 수 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학교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 측에서 봤을 때는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과거 선린인터넷고에서 벌어진 사건은 맞을 수 있지만 이영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당시 벌어진 다른 사건의 기억이 뒤섞이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향후 재판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 도중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된 이영하의 심리적인 상태는 어떨까. 김선웅 변호사는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소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영하의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9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김선웅 변호사는 “소명 자료를 잘 준비해서 제출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증인 심문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검사 측 심문과 우리 반대 심문에서 실제로 기억이 왜곡됐는지를 재판부가 알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영하는 지난해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교 시절 그와 김대현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학폭 미투 사태에 휘말렸다. 이후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이 폭로자를 인터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 선수의 학폭 미투 사태는 최근 피해자가 스포츠 윤리센터에 이들을 신고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후 경찰 수사와 함께 재판 회부가 결정됐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이영하는 지난달 21일 1군에서 말소된 뒤 한 달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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