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잠실구장 원정팀 감독실. 경기 시작전 지나가던 LG 선수들이 방문을 열고 씩씩하게 “안녕하십니까. 감독님”하며 상대팀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 선수들로부터 인사를 받은 주인공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다.
LG 선수들은 왜 상대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에게 문안 인사를 하고 갔을까?
이 질문에 이 감독은 “선수 애들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이 감독은 “내가 내년 봄에 열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할 한국국가대표팀 감독이라 애들이 저런다”며 상대 팀 선수들의 인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WBC에 출전하고 싶은 선수들이 이강철 감독에게 미리부터 인사를 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하지만 선수들이 잘못 알고 있다. 난 선수 선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은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이 전적으로 맡기로 했다. 난 의견 표현도 안하기로 했다. 다만 대표팀 코칭스태프 조각은 내가 맡는다”고 밝혔다.
이 감독이 선수 선발 권한을 전적으로 기술위원회에 맡기기로 한데에는 전임 대표팀 문제가 반면교사라고 한다. 전임 대표팀 문제란 2018년 선동렬 감독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다.
선 감독은 당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가 국회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일부 선수 선발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하며 선 감독을 몰아붙였고 선 감독은 “성적과 컨디션이 좋은 최적의 선수를 선발했다”며 맞서는 등 시끌벅적했다. 선 감독은 청문회 이후 사퇴하기도.
이런 전례가 있어 이강철 감독은 WBC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에는 결코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가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까지 바꿔놓은 웃지못할 풍경이다. 이전까지 국가대표팀은 성적에 책임이 있는 감독이 직접 뽑고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에 맞고, 최근 성적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회까지 나서서 선수 선발을 놓고 ‘감놔라 배놔라’하는 세상이 됐으니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팀의 수장을 맡은 감독이 정작 선수 선발과정에서 뒤로 빠지는 아이러니가 됐다.
이 감독은 “난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가기 싫어요”라며 대표팀 감독자리가 ‘독배’임을 보여주고 있다.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