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구단들은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졸 선수를 더 선호해 대졸 선수의 프로 무대 진입 장벽은 더욱 높다. 수성대학교 외야수 황의준(20)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의 8라운드 지명을 받은 황의준은 우투좌타 외야수로서 키 185cm 몸무게 95kg의 뛰어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정확성과 파괴력을 고루 갖췄다. 대학 통산 2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7푼1리(89타수 33안타) 7홈런 25타점 OPS 1.167을 기록했다.
경북고 감독 시절 KBO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포함된 이승엽 최강 몬스터즈 감독과 배영수 두산 1군 불펜 코치를 키워낸 서석진 수성대 감독은 황의준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황의준은 인성이 바르고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다. 향후 최형우(KIA), 한유섬(SSG)과 같은 대형 외야수가 될 재목"이라고 말했다.
서석진 감독은 또 "황의준이 KT 지명을 받은 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들 모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훈련할 때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20일 수성대와 경북고의 연습 경기가 열린 경북고 야구장에서 만난 황의준은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룬 KT 위즈의 지명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앞으로 잘해서 1군 무대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솔직히 (프로 구단의 지명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오는 22일과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과 원정 경기가 열리는데 이강철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인사를 드리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바라봤던 KT는 어떤 모습일까. 황의준은 "투타 짜임새가 아주 좋고 박병호 선배님, 강백호 선배님, 조용호 선배님, 배정대 선배님 등 뛰어난 선배님들의 장점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게 된 그는 "제가 잘한 것보다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를 묻자 이준호 경북고 감독을 맨 먼저 이야기했다. "이준호 감독님께서 정말 기회를 많이 주시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이준호 감독님께서 잘 가르쳐주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황의준은 또 "제게 '수성대에서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말씀하신 서석진 감독님과 멘탈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성준 코치님 그리고 김태욱 코치님의 지도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의준의 롤모델은 이승엽 최강 몬스터즈 감독. "선배님의 플레이를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선배님은 우리 학교를 빛낸 최고의 스타로서 선배님의 타격 스타일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선배님과 만나게 된다면 꼭 한 번 조언을 구하고 싶다". 황의준의 말이다.
앞으로 황의준의 이름 앞에 '수성대 출신 1호 프로 선수'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질 듯.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것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후배들도 저라는 사람이 프로 지명을 받으면서 많은 희망을 갖게 됐다고 본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황의준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는데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KT 위즈의 4번 타자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