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40·롯데)의 8번째 은퇴 투어 장소는 한화의 연고지 대전이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한화 구단은 이대호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아 코칭스태프와 선수 44명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메시지북’과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를 상징하는 그림 액자를 선물로 전했다. 이대호의 고교 후배 노시환은 경남고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자신의 사인이 담긴 배트를 선물했다.
이대호에게도 대전은 한화를 대표하는 스타 김태균(42·은퇴), 류현진(35·토론토)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한 곳이다. 등번호 52번이 영구 결번된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과는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이고, 류현진과도 여러 국제대회를 함께하며 절친한 형동생 사이가 됐다. 김태균이 2020년을 끝으로 먼저 은퇴하고,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있지만 이대호는 두 선수를 먼저 떠올렸다.
그는 “대전만 오면 태균이, 현진이랑 항상 같이 저녁 먹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 대전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야구장이라 홈런도 많이 쳤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또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2013년 펜스를 뒤로 미루며 확장 공사를 하기 전까지 이글스파크는 KBO리그 1군 구장 중 가장 작은 곳이었다. 이대호는 이날 9회 역전 결승 만루 홈런 포함 대전에서 110경기를 뛰며 총 29개의 홈런을 쳤는데 구장 확장 전까지 20개를 넘겼다.
한화에는 이대호와 특별한 인연이 또 한 사람 더 있다. 지난 1999~2014년 롯데에서만 16년을 몸담으며 주장을 오래 맡았던 ‘캡틴’ 조성환(46) 한화 수비코치가 이대호를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조 코치는 롯데 시절 이대호와 ‘투샷’을 케이스로 한 아이패드를 사비로 준비해 선물했다. 이대호도 대전 은퇴 투어 고별사에서 “언제나 제 가슴 속에 캡틴”이라며 조 코치에게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두 사람은 2008~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의 ‘노 피어(No Fear)’ 야구를 이끈 중심이었다. 야구 선수로서 최정점에 있던 시기를 함께했다. 경기 전부터 조 코치를 만난 이대호는 “성환이형도 많이 아쉬워하시더라. 같이 야구를 오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같은 팀에서 하고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쉽다. 항상 야구장에 오면 얼굴을 보고, 밖에서도 같이 밥 먹는 사이다. 마지막에 축하해줘서 감사드린다”며 고마워했다.
조 코치도 감회가 남달랐다. 롯데 시절 조 코치가 3번, 이대호가 4번으로 중심타선을 이뤘다. 조 코치는 “현역 때 대호가 ‘제가 뒤에 있는데 왜 긴장하세요. 긴장하지 마이소’라는 말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대호도 힘들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 선배들이 달래주는 것보다 ‘이대호라는 이름의 무게가 낮아질 수 있으니 견뎌야 한다’며 강하게 말하곤 했다. 고맙게도 잘 이겨냈고, 이렇게 영광스럽게 은퇴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조 코치와 함께 롯데 전성기를 함께한 홍성흔도 떠올린 이대호는 “성환이형, 성흔이형이 항상 하신 말씀이 그거다. 강하게 키웠다고 하시는데 난 원래 강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건 무서워하지 않았다. 뭐라 하는 선배들을 더 좋아했다”며 “후배들이 잘못하면 뭐라 하는 선배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야단을 치면서도 항상 많이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대호의 마지막 2년을 적으로 본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인상적인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잘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들은 마지막에 하향 곡선을 그리기 마련인데 이대호처럼 이렇게 잘하면서 은퇴하는 선수는 드물다. 야구 실력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2년간 본 이대호는 기복 없이 매우 꾸준했다. 이대호와 동시대에 살며 그의 야구를 본 팬들은 복받은 것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멀어지면서 이대호의 여정도 이제 10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은퇴식까지 눈물을 좀 아끼려고 한다. 은퇴식 때 너무 많이 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KBO리그 마지막 경기는 내달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전이 유력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