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만 아니었더라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우완 투수 메릴 켈리(34)는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했다. 지난 2015~2018년 SK 와이번스에서 4년간 활약을 발판삼아 애리조나에 스카우트된 뒤 2019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2년 1800만 달러 연장 계약에 성공한 켈리는 한국을 떠난 뒤 누적 수입만 3000만 달러를 넘겼다.
빅리그 데뷔 4년차가 된 올해 활약이 가장 좋다. 30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12승7패 평균자책점 3.15 탈삼진 162개로 모든 면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으니 바로 같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다저스전 부진이다.
켈리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흔들렸다. 2회 조이 갈로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맞았고, 4회에도 크리스 테일러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는 등 4실점 빅이닝으로 무너졌다.
이날까지 켈리는 올해 다저스전 5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8.25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다저스전 5경기를 빼면 켈리의 성적은 12승2패 평균자책점 2.38로 사이영상급. 다저스 때문에 5패를 더해 시즌 평균자책점이 3점대(3.15)다.
MLB.com도 경기 후 ‘올해 켈리보다 더 많이 다저스를 상대한 투수는 없다. 다저스전 부진이 아니었더라면 NL 사이영상 후보가 됐을 켈리에겐 좌절의 연속이다. 다저스전을 뺀 25경기에서 켈리의 평균자책점은 2.38로 NL 규정이닝 3위’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26일 시즌 첫 대결에선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배를 안았다. 이어 5월18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2이닝 8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했다. 그 다음 5월29일, 9월14일 경기는 모두 5이닝 3실점으로 무난하게 막았으나 타선 지원이 없어 패전을 안았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데뷔 후 다저스전 통산 12경기에 나선 켈리는 그러나 승리 없이 9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5.97로 부진했다. 같은 NL 서부지구 팀이라 매년 자주 만나는 상대인데 이렇게 극심한 천적 관계를 보이고 있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다.
켈리는 “내가 더 나은 투구를 해야 한다. 다저스 같은 팀을 상대로 실투를 많이 할수록 기회를 많이 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좋은 팀이다. 다른 팀들과 달리 실투를 잘 놓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리그 최고 OPS(.789) 타선을 자랑하는 다저스는 벌써 102승(44패)을 거두며 7할에 가까운 승률(.699)로 독주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