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난타전 끝 선두 SSG에 13-14 석패를 당한 두산. 8-3으로 앞선 채 7회말을 맞이했지만 불펜이 7회와 8회 대거 10점을 헌납하며 이 같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방출선수 성공 신화를 노렸던 두 투수가 치명적인 홈런을 나란히 헌납했다.
일찌감치 김명신, 이승진, 정철원 카드를 소진한 두산은 9-7로 앞선 8회 2점의 리드를 지킬 투수로 베테랑 임창민을 택했다. 그러나 선두 최지훈을 풀카운트 끝 볼넷 출루시킨 뒤 후속 최주환에게 우월 동점 투런포를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김지용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첫 타자 최정을 만나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전창민과 교체됐다. 치명적 홈런 두 방으로 상대에게 분위기를 넘겨준 순간이었다.
최근 몇 년간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을 보강했던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모처럼 방출선수 후보군을 주시했다. 때마침 NC와 LG에서 각각 수준급 필승조로 활약했던 임창민(37), 김지용(34)이 레이더에 들어왔고, 두 선수에게 빠르게 연락을 취해 영입을 완료했다. 임창민은 연봉은 1억2천만원, 김지용은 6천만원에 각각 계약을 완료.
시작은 창대했다. 특히 임창민이 그랬다. 시즌 개막과 함께 11경기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0.96의 관록투를 펼치며 시즌 초반 두산의 돌풍을 이끌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슬럼프와 함께 4월 30일 1군 말소된 이후 좀처럼 제 구위를 찾지 못했다. 6월부터 7월 초까지 잠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여름 이후 그는 김태형 감독의 불펜 구상에서 사실상 지워졌다.
2016년 17홀드 영광 재현에 나선 김지용 또한 방출선수 성공 신화에 실패했다.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5.89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기는 2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긴 7월 12일 NC전이 사실상 유일했다.
사령탑 또한 재기를 노렸던 베테랑의 부진이 아쉽기만 하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 젊은 투수들이 워낙 경험이 없어 두 선수가 조금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필승조에서 도움이 됐으면 했다. 실제로 임창민은 시즌 초반 잘해줬다”라면서 “두 선수 모두 몸과 마음이 잘 안 따라오는 것 같다. 차분하게 던질 때는 괜찮은데 주자가 있거나 중요한 순간 올리면 임창민의 경우 힘이 많이 들어간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두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재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세월을 이길 수 없었다는 시선이었다. 김 감독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2019시즌 소속팀이 없는 베테랑 투수를 영입해 재미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권혁을 연봉 2억원, 배영수를 1억원에 품었고, 권혁은 그해 57경기 2승 2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91, 배영수는 37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57로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배영수는 2019년 두산의 우승 헹가래 투수가 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최대 원동력은 전력 이탈에도 새로운 선수가 계속 등장하는 화수분야구였다. 화수분야구에는 당연히 권혁, 배영수 같은 베테랑의 재기도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는 방출선수도 보상선수도 성공 스토리를 쓰지 못했다. 그렇게 두산 왕조는 창단 첫 9위라는 낯선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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