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순위표가 바빠졌다. 특히 중간 부분이 그렇다. 5~8위 사이가 촘촘하다. KIA의 뒷걸음질 탓이다. 비틀비틀 7연패. 추격의 빌미가 생겼다. 그러는 사이 뒷집들이 힘을 낸다. NC, 삼성, 롯데가 호시탐탐이다.
이 중 두 팀이 맹렬하다. NC와 삼성이 상승세다. 10경기 성적이 각각 7승 3패, 6승 4패다. 덕분에 5위에 1.5게임차, 3.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물론 롯데도 후보다. 하지만 페이스가 주춤하다. 최근 10게임에서 4승 6패다.
NC와 삼성은 공통점이 있다. 감독이 없다.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다. 불안정할 것 같지만 아니다. 이미 고비를 넘겼다. 잘 짜인 조직력으로 힘을 내는 중이다.
특히 강인권 대행은 이 분야 전문가(?)다. 대역만 벌써 세번째다. 전임 이동욱 감독의 구단 자체 징계 때(2021년 9월), 그리고 방역지침으로 인한 격리 때(올 3월) 각각 임시직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5월 진짜 대행이 됐다.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부임 당시 팀은 처참했다. 9승 24패, 승률 0.273이었다. 그걸 중위권 싸움이 가능한 팀으로 만들었다. 현재 58승 3무 66패. 대행 기간 성적만 따지면 49승 3무 44패다. 승률 0.526이다.
게다가 9월 들어 저력을 발휘한다. 월간 성적이 10승 6패다. 주말 키움전에서도 성과가 크다. 에이스 안우진을 무너트렸다. 지난 해부터 5승을 바쳤다. 21.1이닝 동안 1점도 못 뽑고, 삼진만 28개 당한 천적이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정진기의 홈런과 양의지의 2루타로 설욕에 성공했다. 덕분에 200K와 승리를 맞바꿨다.
두 달 째인 박진만 대행도 흐름이 좋다. 9위였던 팀을 7위로 끌어올렸다. 부임 당시 팀은 처참했다. 38승 2무 54패, 승률 0.413이었다. 이후 한달 여 동안 20승 16패로 순항 중이다. 이 기간 승률만 0.556이다. 4위 KT보다 좋은 성적이다.
어제(18일) KIA전 MVP 강민호가 단상에서 이렇게 외친다. “5강 가겠다는 욕심 보다는 박진만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했다면 이런 경기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뚜렷한 양면이 존재한다. 그런 현상이다. 대행을 맡은 이들에 대한 평가는 정당해야 한다. 어지러운 팀을 잘 수습했다. 흔들리는 전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덕분에 팬들의 갈채 속에 시즌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은 덤으로 치자.
반면 달가울 수 만은 없는 일이다. KBO리그는 눈부시게 진화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각 팀마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상상도 못할 정밀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결정을 내린다. 바로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감독 경질 또는 교체다. 어떤 데이터에도 기반하지 않은 판단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성과로 남겨질 것이다. 적절한 위기 관리로 말이다. ‘마땅한 시기에 선수단 리더십을 자극해 상황을 극복했다.’ 이런 업적 평가가 어느 고위직의 실적란을 채울 지 모른다. 그리고 야구계는 또 하나의 불편한 성공 사례를 갖게 됐다. 머릿속에 이런 말로 새겨질 일이다.
“이기고 싶으냐? 감독을 잘라라.”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