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 한 명의 공백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 밥상 앞에서 번번이 밥을 먹지 못한 KT가 7위 롯데에 충격의 영봉패를 당했다.
지난 10일 홈런 1위를 달리던 ‘국민거포’ 박병호를 부상으로 잃은 KT 위즈. 4번타자가 빠진 타선은 집단 슬럼프가 극심했던 작년 10월로 회귀했다. 11일부터 16일까지 팀 타율이 10개 구단 중 유일한 1할대(1할9푼4리)였고, 득점권타율 또한 1할7푼4리로 리그 9위에 그쳤다. 4번타자 자리에 간판타자 강백호를 투입했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마저 11일 손가락을 다쳤다.
17일 홈에서 롯데를 맞아 조용호(우익수)-김민혁(좌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1루수)-박경수(2루수)-심우준(유격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린 KT. 상대는 최근 4경기서 20점을 헌납한 박세웅이었지만 타격 침체는 계속됐다.
1회가 가장 아쉬웠다. 선두 조용호의 빗맞은 안타와 황재균, 장성우의 볼넷으로 맞이한 2사 만루 선취 득점 기회서 배정대가 8구 끝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됐다. 이후 2회에도 선두 문상철이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으나 박경수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서 심우준-조용호가 연달아 범타로 침묵했다.
밥상을 차리고도 밥을 떠먹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계속됐다. 4회 무사 1루, 5회 2사 1, 2루, 6회 1사 2루서 모두 후속타가 불발됐고, 0-2로 뒤진 8회 1사 후 장성우의 볼넷과 포수의 견제 송구 실책으로 1사 3루를 맞이했지만 이마저도 배정대가 투수 땅볼, 문상철이 삼진에 그치며 무산됐다.
KT는 결국 롯데 마운드를 상대로 단 1점도 뽑지 못하며 무기력한 0-2 완패를 당했다. 중심타선에서 박병호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황재균이 3타수 무안타, 강백호가 4타수 무안타 빈타에 시달린 결과였다.
에이스 고영표는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1자책) 역투를 선보였지만 타선 침묵에 시즌 7패(13승)째를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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