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홈런더비에서 홈런 11개를 터뜨렸지만 정근우의 끝내기 홈런에 팀이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승엽은 17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FTX MLB 홈런더비 X’ 준결승에 컵스 마지막 타자로 출전했다. 11홈런 15점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저스 마지막 타자로 출전한 정근우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면서 컵스는 54-55로 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끄럽다”라고 쑥스럽게 웃은 이승엽은 “어제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홈런을 제일 많이 치겠다고 했는데 타구가 많이 잡혀서 많이 부끄럽다. 진짜 많이 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경기는 이제 끝났지만 잠시나마 현역 시절 기분을 조금 느꼈다. 아주 즐거웠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정근우는 “(이승엽) 감독님이 손목이 좋지 않으시다. 선수들이 결승전에 나가라고 양보하신 것 같다”라고 이승엽을 배려했다. 이승엽은 “어제 연습을 할 때 너무 무리를 한 것 같다. 손목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핑계는 있을 수 없다. 이게 실력이다. 내 나이를 이기지 못한 것 같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날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에게 타구가 두 차례나 잡히고 말았다. 처음 타구를 잡혔을 때는 잠시 타임을 외치기도 했다. “충격 받았다”라고 말한 이승엽은 “야구를 하지 않으신 쇼트트랙 선수에게 타구가 잡히니까 ‘타구가 이렇게 힘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타임을 불렀다”라며 웃었다.
야구 인기의 부흥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엽은 “오늘 야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오셨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다른 이벤트를 보기 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야구의 재미를 많이 알려드려서 조금이라도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늘어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행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오겠다”라며 야구 인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TV 야구예능 ‘최강야구’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이승엽은 결승전에 진출한 박용택과 정근우에게 “아무나 이기길 바란다. 나는 이제 끝났다”라고 웃으면서 “보스턴과 다저스가 만나면서 어떻게 동부와 서부의 대결이 됐다. 서로 동부와 서부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누가 이길지 나도 지켜보겠다”라고 선수들의 활약을 응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