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호리한 체구와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패스트볼. 누군가가 오버랩 됐다. 형들의 강속구 행진 속에서 빛났다. 제30회 U-18 야구 월드컵 한국 대표팀 투수진의 유일한 2학년 황준서(장충고)가 결승행의 7부 능선을 넘는 결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황준서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WBSC U-18 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0구 2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황준서의 역투를 발판으로 한국은 승승장구하던 대만을 8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3-2로 격파, 슈퍼라운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에는 지난 15일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대다수다. 전체 1순위 김서현(서울고, 한화 지명), 2순위 윤영철(충암고, KIA 지명), 4순위 신영우(경남고, NC 지명), 10순위 김정운(대구고, KT 지명) 등 1라운더들에 더해 2라운드에 송영진(대전고, SSG 지명), 3라운드에 서현원(세광고, 삼성 지명), 이진하(장충고, 롯데 지명), 박명근(라온고, LG 지명)까지 모두 3라운드 이내에 지명을 받고 내년 프로에 입문하다. 그리고 투수 로스터 9명 중 유일하게 장충고 2학년 황준서가 포함됐다.
185cm, 75kg의 프로필로 호리호리한 좌완 투수인 황준서는 올해 고교주말리그에서 12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1.84(44이닝 9자책점), 44탈삼진, 10볼넷, WHIP 1.07의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3학년 이진하와 함께 장충고 마운드를 이끌었고 이번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12일 오프닝라운드 브라질전 선발 등판해 2⅔이닝 1실점을 기록한 바 있던 황준서는 이번 대회 최고 복병이자 전승 팀인 대만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짜임새 있는 대만 타선을 황준서가 압도했다. 대만의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수비진의 실책 2개가 있었지만 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최고 93마일(약 150km)까지 찍었고 평균 90마일대를 유지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를 바탕으로 5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뽑았다.
호리호리한 체구에서 힘 있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모습. 한국 야구 마운드의 대들보였던 김광현(SSG)을 연상시키는 피칭을 이날 펼쳤다. 김광현과 쏙 빼닮은 체형과 투구로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마산용마고의 156km를 뿌리는 괴물 장현석이 2학년 투수들 가운데 가장 앞서 있고 내년 최대어를 예약해 놓았다. 하지만 황준서처럼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의 매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아직 2학년이기에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형들 틈바구니 속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해낸 황준서다. 황준서는 과연 1년 뒤 얼마나 더 성장해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벌써 내년 신인드래프트가 기대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