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오프 시즌 때다. 사직 구장에 대공사가 벌어졌다. 리모델링 작업이다. 낡은 시설도 손보고, 관중석도 정비했다. 핵심은 그라운드다. 펜스가 멀어졌다. 중앙 118m, 좌우 95m에서 120.5m, 95.8m로 커졌다. 그 위에 철망도 설치했다. 4.8m에서 6m로 높아졌다.
있어 보이는 말로 투수친화적 구장이 됐다. 쉽게 말하면 홈런 나오기 힘든 곳이다. 사직 몬스터라는 별명도 붙었다.
납득은 된다. 2021시즌 홈런 손익계산서가 문제였다. 107개를 치고, 133개를 얻어맞았다. 단순 계산으로 26개를 손해봤다. 반면 올해는 달라졌다. (16일 현재) 98개를 넘기고, 77개만 허용했다. +21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피홈런은 23%가 줄었다. 리모델링은 성공작이다.
그러나 결론은 다르다. 기록의 함정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홈런이 아니다. 아무리 철망이 막아주면 뭐하나, 이기지 못하면 헛일이다.
집 주인이 너무 진다. 롯데의 홈 승률이 4할을 못 넘긴다. 16일까지 69게임을 했다. 25승 3무 41패다. 승률로 따지면 0.379다. 한화도 홈에서는 이 보다 낫다. 63게임에서 26승 37패다. 승률 0.412다. 그러니까 롯데의 안방 승률은 10개 팀 중 최하위다. (이 부문 1위는 단연 SSG다. 43승 19패, 승률 0.693이다.)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리모델링으로 홈런 손익이 개선됐다.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수치가 좋아졌다. 덕분에 투수들 평균자책점(ERA)도 좋아졌다. 2021년 5.37이 올해 4.54로 낮아졌다. 그런데도 힘을 못 쓴다.
다양한 원인이 추정된다. 일감이 수비력이다. 크고, 높아진 만큼 커버할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외야의 기민함이 요구된다. 프런트도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선수단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아섭과 이별할 때다. 성민규 단장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손아섭이 방망이는 잘 치지만, 외야 수비는 좀 약한 편이다. 대신 다른 선수가 타석에서 2할 8푼을 치면서 수비를 더 잘한다면 표면적으로는 공격력이 약해 보여도, 팀이 이기는 데는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비력을 칭찬하며 영입한 게 DJ 피터스다. 그러나 중간에 결별했다. 그 밖에 전준우, 황성빈도 폭이 넓은 편은 아니다. 내야도 마찬가지다. 곳곳이 함정이다. 구장 팩터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니까 리모델링 공사는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어제(16일) 키움 전 때다. 원정 팀이 7회 초 5점을 뽑았다. 7-4는 12-4로 벌어졌다. 승패는 물 건너갔다. 돌아선 홈 팀의 7회 말 반격이다. 2사 후에 안치홍이 안타로 나갔다. 잠잠하던 관중석이 끓어오른다. 고작 2사 1루에 말이다. 중계팀이 남다른 감정을 전한다.
캐스터(권성욱) - 승패와 상관없이 안타 하나에 이렇게 팬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설자(염경엽) – 이런 모습들 때문에 정말 선수나 벤치나 최선을 다해야 되거든요.
(중략)
캐스터 – 세상에 이런 팬이 어디 있습니까.
해설자 – 제가 죄송스럽네요. 야구인으로서. 저도 감독을 해봤기 때문에, 이런 경기를 하면 정말 팬들에게 죄송스럽거든요.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